전쟁 나자 이스라엘 달려간 월가 CEO… “몇 시간만에 50만달러 모금”
“가족들은 대피소에 있고, 친구들은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어요. 어떻게 뉴욕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만사 제쳐두고 오는 게 당연하죠.”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세계 각지 유대인 엘리트들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며 앞다퉈 텔아비브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스라엘이 국난에 처할 때마다 벌어지는 장면이다. 전선행을 자원하며 날아온 이 중 미국 뉴욕 월가의 핀테크 기업 디지털 에셋 CEO(최고경영자) 유발 루즈(42)도 있었다. 200명 넘는 직원을 이끄는 기업가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전쟁 발발 소식에 즉시 항공권 예약에 나섰고, 가까스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입국했다.
14일(현지 시각) 텔아비브 시내 중심가 바이츠만 센터에서 만난 그는 “이스라엘인들은 그동안 이런 공격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며 “첫 로켓포 공격 소식에 나도 ‘뭐 별일 있겠나’ 싶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그가 2009년 입대했을 때 배치받은 자대가 가자지구 인접 지역이었다. 당시 경험을 살려 바로 총을 들고 최전선으로 투입되길 간절히 바랐으나, 제대한 지 너무 오래됐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 가장 친한 친구들은 여전히 특수부대에서 근무하고 있고, 나도 그들과 함께 싸우려 했는데 정말 아쉽다”는 그는 최전선에 집결한 예비군에게 각종 개인 전투 장비를 무료로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전투 헬멧·고글·장갑·무릎 보호대 등을 대량으로 사들여 직접 트럭으로 배달한다.
그런데 이 ‘후방 보급 업무’조차 쉽지 않았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전선 배치 희망이 좌절된 중·장년 남성들이 같은 목적으로 군용 장비 매장으로 몰려들면서 때아닌 ‘애국 사재기’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전투 장비를 쓸어담듯 사가는 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어요. 대규모 예비군 소집이 정말 오랜만이라 도움이 될 거라 자부합니다.”
그가 이끄는 ‘디지털 에셋’은 월가의 내로라하는 금융 기업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을 파트너로 두고 있고, 투자받은 돈만도 3억달러(약 4000억원)가 넘는다. 회사를 일구며 구축한 인맥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텔아비브로 오기 전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려 한다’는 기부 요청 이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는데, 몇 시간 만에 50만달러(약 6억8000만원)나 모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큰돈을 기부했어요.”
전선행을 자원한 이스라엘인 중 그는 젊은 축이다. 두 아들과 함께 군 복무를 자원한 56세 남성, 건국 전 무장 조직에서 활동했던 95세 할아버지의 자원 입대 소식 등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을 집결시킨 밑바탕에는 애국심뿐 아니라 하마스의 만행에 대한 분노도 서려 있다. 이번 공격에 그의 친구·친척·이웃 다수가 희생됐다.
“하마스는 이번에 수많은 민간인을 살해·납치·강간·참수했어요. 그중 다수가 여성과 어린이 등 약자입니다. 산 사람 몸에 불을 지르고, 임신부를 끔찍하게 살해했어요. 인간 이하 행위를 한 그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반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다수가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나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적 공존을 지지하고, 이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걱정하지만, 하마스가 이들의 희생을 악용하려 든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하마스는 오직 분쟁과 증오를 통한 자신들의 권력 강화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생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 팔레스타인을 동정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것에 강력한 분노를 표시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그들이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고,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하마스에 동조할 수 있습니까? 특권층이 자신이 진보적이고 깨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건 지독한 위선입니다.”
그러면서도 강경 팔레스타인 정책을 밀어붙인 현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현 정권 내 소수 극단주의 세력도 (문제를 악화시킨) 똑같은 자들입니다. 이스라엘인은 결코 책임을 (팔레스타인에만) 전가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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