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이더니 기어이 효자 됐다…삼성家 '든든한 막내' 하만

오진영 기자 2023. 10. 1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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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 하만이 신바람을 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6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후 첫 인수합병으로 주목받았던 하만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새 인수합병(M&A)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올해가 첨단 차량용 반도체 공정 구축에 나선 삼성과 하만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적기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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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 하만이 신바람을 낸다. 디지털 콕핏(운전석)과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양손에 쥐고 불황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간다.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올해 글로벌 모터쇼에 첫 참가하는 등 차량 전장(전자장치)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삼성 3형제'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올해 3분기 3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가전(CE)과 비슷한 수준이며, 1분기(1300억원)·2분기(2500억원)와 비교해 봐도 개선됐다. 상반기 역대급 규모의 전장 수주를 따냈고, 소비자 오디오 부문의 판매가 점차 늘고 있어 하반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인 1조원대의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수 초 부진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6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후 첫 인수합병으로 주목받았던 하만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진한 전장 수요를 극복하지 못하고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0~2% 수준에 그쳤다. 원가 부담도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사상 최대의 인수가 실패작이 됐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반등하는 시장 흐름에 시의적절하게 올라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하만은 최근 몇 년간 하이엔드(고품질) 차량 위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업을 지속 공략했다. 차량 내 연결 솔루션이나 디지털 콕핏, 디스플레이 관련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매출이 지속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만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수주가 늘고, 효율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특히 프리미엄 카오디오 분야에서 하만은 절대 강자 중 하나다. 글로벌 시장에서 30%가 넘는 점유율을 뽐낸다. 뱅엔올룹슨과 JBL, 마크레빈슨 등 잘 알려진 자체 브랜드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삼성 내 다른 계열사가 공들이고 있는 분야에서의 협력도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삼성 디스플레이, 삼성SDI는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IAA 2023'에 참가해 자동차 반도체와 OLED 솔루션(내외부 조명 등), 배터리 등을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분야와 더해 '토털 차량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점차 규모가 커지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하만은 최근 세계반도체연합(GSA)에 가입하는 등 반도체 분야에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과 함께 새 인수합병(M&A)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89조원에서 2029년 183조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가 첨단 차량용 반도체 공정 구축에 나선 삼성과 하만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적기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삼성과 하드웨어 분야의 하만이 합쳐지면 전장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프리미엄화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늘고 있기 때문에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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