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정원 늘면 교수 부족, 의대 수준도 저하”
의료계는 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릴 경우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필수 의료 위기나 지방 의료 공백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16일 “미국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와 진료를 보는 교수 등이 따로 있지만, 한국은 의대 교수가 진료 보고 수술하고 연구하는데 앞으로는 늘어난 학생들까지 가르쳐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진료받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의대생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않고 의대 정원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가 지금 당장 무너지고 있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와 지방 의료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원 확대를 통해 늘어난 의대생이 의대 6년과 수련 기간 4~5년을 포함, 최소 10년이 지난 뒤에야 의료 현장에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광역시도 의사회장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금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 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 환경의 개선”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필수 의료 분야 수가(酬價)를 올리는 등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며 “앞으로 배출될 전문의를 어느 분야에 얼마나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도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극심한 ‘의대 쏠림’ 현상을 더 부추길 수 있다며 걱정하는 의료인도 상당수였다. 한 의료인은 “정원 확대로 의대 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렇게 의대에 입학해 의사가 된 후배들이 근로 조건이 열악한 필수 의료 분야와 지방 병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얼마나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정부 통계가 정확하지 않은데, 이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면 정부의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보다 1.2명 적었지만, 2040년이 되면 이 격차가 0.98명으로 줄어들고, 2063년에는 한국(6.49명)과 OECD 평균치(6.43명)가 역전된다는 것이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의료 행위가 많아져 정부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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