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 윤청자씨 “정부·여당, 국민 설득 않고 매사 통보·명령”
윤청자(80) 여사는 2010년 3월 26일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 사건’으로 순국한 고 민평기(당시 34세) 상사의 어머니다. 유족 보상금을 해군의 ‘3·26 기관총’ 제작에 기탁했고, 좌파의 ‘천안함 좌초 음모론’에도 적극 맞서왔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공식 선거운동을 펼쳤을 때 서울의 ‘1호 유세’ 때 함께했고, 지금까지 5차례 공식 석상에서 만나며 ‘천안함 피격 사건 바로 알리기’에 힘써왔다. 배움은 짧았고 평생 농사만 열심히 했다는 그는 홀로 사는 충남 부여의 집에서 틈틈이 TV로 뉴스를 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인터뷰 자리엔 윤 여사의 장남 민광기(53)씨도 동석해 말을 보탰다.
윤 여사는 인터뷰에 앞서 이것부터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가족 모두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입니다. 누구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게 우리 가족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나라 상황을 보면 ‘이래도 되나’ 위태롭다 싶어요. 그래서 용기 내 말씀드리는 것이니 정치인들이 꼭 새겨들어 주세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안타깝지만, 여당이 이왕 질 거면 크게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남 탓 그만하겠죠. 중요한 건 내년 총선이잖아요.”
-왜 여당이 크게 졌을까요.
“여당 정치인들이 너무 게을렀어요. 자기 지역구 바닥 훑으며 정말 시급한 민생 현안이 뭔지 파악하고 해결책 찾으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요. 야당 지지자도 국민인데, 이들 목소리도 듣고 해야죠. 총리부터 장관까지 ‘정말 국민만 바라보겠다’라고 낮은 자세로 일해야 하는데, 지금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이 뭐가 있어요. 다 자기 정치 하기만 바쁘지. 반면 야당은 똘똘 뭉쳐 있어요.”
선거 때만 표 구걸, 이후엔 없어
-어떤 노력이 부족했을까요.
“정부와 여당이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너무 안 했다고 봅니다. 지금 경제 힘들다고 그러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누가 경제를 힘들게 만들어 놨습니까. 전 정부 영향이 클 텐데,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상황 설명하면서 ‘그러니 같이 허리띠 졸라매 주십쇼’ 호소해야 해요. 그런데 그냥 매사 통보고 명령이에요. 민주당은 청산유수로 빈말을 떠들며 인기 몰이 하는데. 또 저희 식구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좌파 쪽 사람들 계속 겪으면서 느끼는 건데, 저쪽은 정말 끈질기게 음모론을 제기해요. 그럼 우파도 ‘그것 아니다’라고 끈질기게 설명하고 국민께 진상을 알려야 해요. 그런데 대부분의 정책이 ‘우리가 맞으니까 따라와’ 명령식입니다. 좌파가 ‘천안함은 좌초됐다’는 헛소리를 해도 그걸 악착같이 바로잡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그러니 ‘가짜 뉴스(뉴스타파) 대선 공작’도 벌어지고 하는 거예요.”
-천안함 음모론도 일종의 가짜 뉴스 아닌가요.
“천안함 피격 이후 13년간 ‘좌초 음모론’이 있었는데 보수 인사 누구 하나 적극 나서 음모론을 근절할 의지를 안 보였어요. ‘왜 내가 굳이 그런 일까지?’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보수 진영이에요. ‘천안함 좌초설 음모론’ 제기했던 신상철이 지난해 기소 12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어요. 너무 충격받았는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다른 일도 이런 식으로 되지 않았겠어요. 천안함 가짜 뉴스조차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면서 무슨 내년 총선에 이길 생각을 합니까.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되는 것 보고 놀랐는데, 그만큼 ‘좌파는 판사까지 똘똘 뭉쳐 있구나’ 느꼈습니다. 그런데 보수는요? 결국 다들 절박하지 않은 거겠죠.”
-어머니에게 보수는 무엇인가요.
“좌파는 똘똘 뭉쳐서 억지를 사실인 것처럼 탁월하게 만들어내는 데 도사들이에요. 보수는 그렇게 똘똘 못 뭉치겠으면, 국민들에게 뭔가 당근이라도 제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서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라 선거 때만 표 구걸하지 이후엔 아무것도 없어요. 솔직히 요새는 보수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
좌파는 억지를 사실 만드는데 ‘도사’
-현 정부가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켰습니다.
“사실 보훈부 장관에게 크게 실망했습니다. 보훈부가 주관한 지난 서울 현충일 행사 때 일이에요. 연단 화면에 ‘2010년 3월 26일 북한 어뢰 공격으로 배가 좌초’라는 문구가 떴길래 우리 천안함 사건 관계자들이 눈을 의심했습니다. 우리가 저 ‘좌초’ 말을 없애려고 13년을 애써왔는데, 이 정부가 보수 정권이 맞는가. 보훈부는 장관 돋보이게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정작 이런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 합니다. ”
-보훈부가 뭘 해야 하나요.
“국민들이 ‘5·18′ 하면 ‘민주화 운동’으로 저절로 알듯이, 천안함 사건도 ‘북한에 의한 피격 사건’으로 국민 머리에 각인이 돼야 해요. 굳이 비교하고 싶진 않은데, 세월호 사고 이후 안산과 팽목항 등지에 관련 추모 시설이 얼마나 많이 생겼습니까. 그런데 천안함은요? 서울 여의도나 반포처럼 사람 많은 곳에 천안함 피격된 모습을 3D 모형으로라도 전시해서 널리 알렸으면 좋겠고, 교과서에도 실렸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실제 피격당한 천안함 모습을 보면 ‘좌초’나 ‘침몰’ 따위 말을 절대 못 합니다. 그러라고 보훈부 만든 것 아니었나요. 현 정부에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가 많이 포진해 있던데, 천안함 관련해선 이분들이 떳떳하지 못한지 뭘 자꾸 숨기려는 것 같아요. 그러니 좌파의 헛소리 공격에도 쉬쉬하고 모르는 척하겠죠. 민주당의 선동 전술의 반만 보수 정부가 흉내 냈어도 ‘천안함 좌초설’은 벌써 사라졌을 겁니다.
-현 정부 지지율이 계속 내려갑니다.
“지금 여당의 어려운 상황은 자업자득이에요. 우리가 좌파 쪽 사람들 만나면 앞에선 그렇게 깍듯하고 친절할 수가 없어요. 문제는 그들이 뒤돌아선 칼 꽂는다는 건데, 어쨌든 앞에서 빈말하면 국민들 속아 넘어가거든요. 보수는 그런 능력조차도 없는 게 답답합니다. 대통령이 혼자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하려 해봤자 소용없어요. 부하들이 잘해야지. 정부 사람들이 잘해야 하는데 최소한 ‘깍듯하게 구는’ 연기조차 못해요. 여당 정치인들도 ‘내 배지부터 일단 챙기자’는 마음으로 일하는 게 보이고요. 지금 사리사욕이 아닌 공익을 위해 정치해 보겠다는 여당 정치인이 누가 있습니까. 우리 식구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할 때 기대가 정말 컸습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골치 아픈 일들을 해결해 보겠다고 애쓰는 각료가 잘 안 보여요. 한동훈·원희룡처럼 과감하고 추진력 있게 일하면 좋겠는데. ”
요즘 사람은 전쟁 무서운 줄 몰라
-윤 대통령은 자주 만났습니까.
“지난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울 유세를 함께 했고, 충남 공주 유세 오셨을 때도 뵈었고, 대통령 집무실과 청와대 개방 1주기 음악회에도 초대받았고, 천안함 13주기가 된 올해 현충일 때도 뵈었네요. 윤 대통령의 진심은 정말 느낍니다. 대통령은 천안함 로고를 새긴 티셔츠와 모자 착용하고 해외 순방 가신 적도 있어요. 그래서 이 정부가 꼭 성공한 역사로 남았으면 좋겠는데, 정치인들이 자기네 이익만 따지고 권력 잡으려고 날뛰는 모습만 보는 게 정말 답답합니다. 대한민국이 공산화되기 직전 같은데. 예전엔 정치인들이 나보다 많이 배운 훌륭한 양반들인 줄 알았는데, 아들 잃고 나서 직접 정치인들 만나보니 나만도 못한 사람들 같아요.
-나라와 정부에 대한 고언을 해주셨습니다.
“아들을 나라에 바친 제가 못 할 말이 뭐 있나요. 죽으면 그만인 노인인데요. 그나저나 진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잘 치러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뉴스 볼 때마다 속에서 열불이 나요. 민주당이 다시 정권 잡고 북한에 퍼주기 하면 6·25전쟁 때와 똑같은 꼴 날 거 같거든요. 저는 6·25 때 인민군이 똑똑한 사람들만 골라다 창고에 모아 놓고 불 지르며 죽이던 그런 모습을 보면서 피란 다녔던 사람입니다. 세상에 전쟁처럼 무서운 게 없는데, 요즘 사람들은 전쟁을 몰라서 그게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나 봐요. 이제라도 여당 정치인들이 정신 차리고 개인이 아닌 나라를 위해 일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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