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화영 영장은 발부, 이재명 영장은 기각, 앞뒤가 맞나

조선일보 2023. 10. 1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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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월 6일 대장동·위례 개발사업 특혜와 성남FC 후원 의혹 관련 재판을 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뉴스1

수원지법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재판부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을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뒤 그의 아내가 법정에서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고, 변호인이 돌연 교체되는 등 해괴한 일이 벌어진 상황도 재판부가 감안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 판단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 전담 판사의 판단과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유 판사는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확보된 자료에 비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증거 인멸과 위증을 교사한 사람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영장은 발부됐고 이 대표 영장은 기각됐다. 대체 기준이 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가 대북 사업을 위해 영입한 사람이다. 그런데 유 판사는 “이 대표 공모 여부에 다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 전 부지사가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이라는 이 대표 주장에 무게를 둔 것이다. 상식적으로 부지사가 지사 몰래 대북 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유 판사는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증거 인멸 우려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 측근 의원이 이 전 부지사 아내·측근과 접촉한 뒤 이 전 부지사가 진술을 번복했다. 그런데도 대북 송금은 이 대표 개입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문제가 안 되고, 이 대표 위증 교사는 혐의가 인정돼 증거 인멸 염려가 없다면 대체 어느 쪽이 구속 기준이 돼야 하나.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총 7가지 사건 10가지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관련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만 21명인데, 이 대표를 빼면 이들의 범죄 사실은 성립하지 않는 구조다. 범죄의 손발 역할을 한 사람들은 무더기로 구속됐는데 그 정점에 있는 이 대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것이 공정하냐는 질문에 법원은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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