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치킨에 채식 먹자” “213년 맥주 전통 깨진다”
뮌헨 옥토버페스트 ‘워크 비즌’ 논란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 독일의 옥토버페스트에서 환경·인종·성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올바름(PC) 논쟁이 벌어졌다. 720만명이 모이는 세계인의 축제를 계기로 동물 복지와 각종 차별 문제를 되짚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가운데, “치킨과 맥주를 마시는 보통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축제에 정치가 끼어들었다”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옥토버페스트를 뜻하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 방언 ‘비즌(Wiesn)’과 과도한 PC주의를 뜻하는 ‘워크(woke)’를 합쳐 ‘워크 비즌’ 논란이라고 부른다.
올해 옥토버페스트 정식 행사는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3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렸고, 이후에도 독일 전역에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축제에 맥주를 내놓는 6대 양조장 가운데 하나인 파울라너가 모든 치킨 메뉴를 유기농 닭으로 선보이면서 논쟁은 불거졌다. 한 마리 가격이 20.5유로(약 2만9000원)로 다른 곳보다 50%가량 비싸다. 치킨 가격이 비싸진 이유는 동물 복지 때문이다. 이 양조장 대표는 “하나의 실험”이라며 “비싸지만 품질이 좋다. 우리는 동물 복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활동가들의 압력이 있었다고 WSJ는 보도했다. 하지만 독일 국민과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처럼 먹고 즐기는 자리에 논쟁적 이슈가 끼어드는 것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3일 찾은 독일 베를린 외곽의 한 맥줏집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던 리온 리하트(31)씨는 유기농 치킨 논란을 두고 “평소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지만, (축제가 시작된) 남부 바이에른 지역 사람들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올해 축제에 참가한 뮌헨의 한 식당 주인도 “치킨과 맥주가 있어야 옥토버페스트다. 내가 어릴 때 알던 축제를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는 채식주의자가 늘며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비건 메뉴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213년 전인 1810년 10월 바이에른공국 수도 뮌헨에서 열린 왕의 결혼 축하 파티로 시작된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전통 의상을 입고 높은 도수의 맥주와 돼지고기·닭고기 요리를 즐기는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대중적인 축제로 명맥을 이어왔다. 뮌헨의 유서 깊은 6대 양조장이 거대한 천막을 치면 곳곳에 식당과 놀이기구, 기념품점이 들어서고 남녀가 전통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춘다.
축제 준비 기간인 지난 4월에는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의 배경이 논란이 됐다. 여성이 상반신을 내놓고 있거나, 흑인 남성이 여성 치마를 들춰보는 그라피티(Graffiti·벽면에 그리는 그림)에 대해 카트린 하벤샤덴 뮌헨 부시장(녹색당)이 인종차별과 성차별 소지가 있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옥토버페스트 책임자이자 뮌헨 경제부장관 클레멘스 바움게르트너(기독교사회연합)는 “예술은 검열하지 않는다”고 했다. 축제에 참여한 식당·기념품 가게 등 주인들도 “대부분 그림이 20~30년씩 된 것”이라며 “타일 하나만 교체하려 해도 수백유로가 든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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