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시진핑은 진정한 지도자” 극찬...일대일로 포럼 개막식 연설도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0. 1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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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최를 하루 앞둔 16일, 포럼이 열리는 베이징 국가회의센터 앞을 청소부가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상 실크로드)’ 사업 10주년을 맞아 17~1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통해 회담을 갖는다. 지난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으로 만났던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7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이 18일(포럼 기간 이튿날) 오전 열리는 개막식에서 시진핑에 이어 연설하고, 개막식 직후 시진핑과 대표단 배석 회담과 일대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방중을 앞둔 15일 중국 국영 CCTV와 모스크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는 “시 주석은 일시적인 흐름에 따라 결정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결정을 할 줄 안다”면서 “이것이 진정한 세계 지도자와 ‘임시직’이라 부르는 이들과의 간극”이라며 시진핑을 극찬했다.

그래픽=송윤혜

중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밀착한 상황에서 이번 포럼을 우호 세력을 규합해 미국을 견제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번 포럼에 G7(7국) 등 주요 서방국의 정상이나 정부 대표단은 불참했다. 반면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영장이 발부된 푸틴을 비롯해 그동안 국제 회의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존재감이 작았던 국가들의 고위급들이 대거 참석한다. 2017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열리는 올해 포럼에는 140여 국가, 30여 개 국제기구에서 4000여 명이 참석한다. 첫날인 17일에는 환영 리셉션과 기업인 대회가 열리고, 개막식은 둘째 날에 개최된다. CNN은 “일대일로 포럼은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되는 글로벌 리더로 부상하겠다는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의 역할이 도전받는 가운데 중국은 ‘평화롭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 전하려 한다”고 했다.

이번 포럼에서 시진핑은 푸틴과 함께 일대일로 및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반(反)서방 세력을 확장하는 기반으로 키우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국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해법에 대해 공동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6일 푸틴에 앞서 베이징에 도착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강대국은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대표단에는 외무장관 외에도 부총리, 재무부 장관, 경제개발부 장관, 극동개발부 장관 등 주요 각료들이 포함됐고,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CEO(최고경영자) 등이 참가한다.

/연합뉴스

글로벌사우스(저위도에 있는 개발도상국) 정상 등도 대거 일대일로 포럼에 나왔다. 1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 카심 셰티마 나이지리아 부통령,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대통령,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 등이 이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전날에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등이 베이징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포럼 회의장에서는 아프리카와 중동 참가자들을 위해 프랑스어 및 아랍어 동시통역을 제공한다.

시진핑은 개막식이 열리는 18일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 참여국에 지속적인 ‘차이나 머니’ 제공을 약속하며 우군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중국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의 리밍장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보다 중국의 중재안들이 지역 안보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적극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크레이그 싱글턴 중국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가 개발도상국들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번 포럼에서 강조하며 새로운 질서의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표단이 16일 저녁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했다./EPA 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대일로 포럼이 각국이 기계적으로 대표단을 보내는 ‘면피 파티[畀面派對]’가 됐다는 지적(홍콩 명보)도 나온다. 참가국들이 중국과 관계를 고려해 참석했을 뿐 외교·안보 협력에는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 대표단이 중국 고위급과의 만남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중국 주도 금융기관 방문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각국에서 중국이 일대일로를 이용해 ‘채무 함정 외교’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며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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