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새벽배송 노동자의 죽음
잠자기 전 주문하면 아침에 눈뜨기 전 문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이 인기다. 샛별배송·로켓배송·쓱배송 등 업체마다 밤 사이 배송 전쟁을 벌인다. 소비자들은 편리하지만 유통업계의 더 빨리, 더 더 빨리가 많은 택배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았다.
지난 13일 배송 노동자 한 명이 또 사망했다. 새벽 4시44분께 군포시 한 빌라 복도에서 쿠팡 퀵플렉스 노동자 박모씨(60)가 쓰러진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119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진 상태였다. 쓰러진 박씨의 머리 맡에는 미처 배송을 못한 쿠팡 택배상자 3개가 놓여 있었다. 박씨의 이날 근무시간은 밤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박씨의 심장이 정상치의 2배 이상으로 비대해져 있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심장은 300g 정도인데 숨진 박씨의 심장은 800g가량으로 커져 있었다고 한다. ‘심장 비대’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야 배송 등 장시간 노동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측된다.
박씨의 빈소는 안양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그의 가족은 “누구 하나 ‘저희 책임이다. 죄송하다’고 하는 사람 없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쿠팡 측은 “개인사업자”라는 입장문을 냈다.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의 물류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간접고용 방식으로 운영하는 배송 직군이다.
지난 4년간 노동자 13명이 쿠팡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4월 발표한 ‘CLS 노동자 노동실태 조사’를 보면,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9.7시간, 주 5.9일을 일해 과로에 시달렸다. 이들이 과로로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클렌징 제도’다. 수행률을 달성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해 사실상 일을 주지 않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CLS 대표를 국토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달라며 12일부터 100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정부와 국회는 장시간 노동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 택배노동자의 죽음을 방관해선 안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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