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40] 지적 노동 대량생산 시대
수작업으로 접시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실력과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릴 듯하다. 옷 하나, 신발 하나 만드는 시간도 비슷하다. 대부분 중세기 사람들이 옷 한 벌로 생활하고, 책 한 권 가격이 오늘날 자동차 가격과 비슷했던 이유다.
인간의 타고난 생산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덕분에 산업혁명 전 세상은 편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가난과 배고픔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인간과 동물 대신 기계가 노동을 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상상을 초월할 생산성 개선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흥미로운 일이 하나 벌어진다. 제조업 생산과는 다르게 비제조업 생산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패러독스’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더 많은 접시를 더 빨리, 더 저렴하게 생산하려면 공장자동화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읽고,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대부분 비제조업의 생산은 다르다. 아무리 투자해도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기계로는 지적 노동력의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수 없으니 말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1000장이 넘는 대작 ‘전쟁과 평화’를 톨스토이는 6년 이상 걸려 집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톨스토이가 최첨단 컴퓨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전쟁과 평화’를 6분 만에 완성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사용한 기계는 정보를 더 빨리 수집하고, 전달하고, 인쇄하게 했을 뿐이다.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고 생성해 내는 지적 노동 그 자체는 오로지 인간만 가능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핵심은 결국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게 하는 ‘챗GPT’도,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 ‘달리’도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진정한 의미는 이제 지적 노동 그 자체가 자동화될 수 있는 ‘지적 노동 대량생산’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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