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고 낯설지만… 인간의 몸에 시대상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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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몸부림치는 형상, 고함치는 입, 장기가 훤히 보이는 몸까지. 화가 정복수(66)는 독자적 조형 언어로 인간의 몸에 시대상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왔지만, 미술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기괴함과 낯섦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서울 종로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연 개인전 '자궁으로 가는 지도―I'에서는 관객에게 좀 더 부드럽게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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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3년 만에 서울 종로구 올미아트스페이스에서 연 개인전 ‘자궁으로 가는 지도―I’에서는 관객에게 좀 더 부드럽게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4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3년간 작업한 신작들이 처음 공개된다. ‘청춘의 슬픔’(1976년)은 과거 한 차례 전시된 후 40여 년 만에 공개돼 눈길을 끈다.
정 화백은 “전시를 여는 것도 스트레스니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 보자고 마음먹고 작업해 왔다”며 “다시 작품을 보니 너무 부드럽게 됐다. 물감도 많이 쓰고 거칠게 하고 싶은데 작업은 언제나 내 맘대로 안 된다”며 웃었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들은 편하다기보다는 날 서 있는 쪽에 가깝다. 잘린 손가락, 손발 없는 몸,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눈동자와 구불거리며 움직이는 뱀 등을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은 역설적인, ‘자궁으로 가는 지도’다. 이에 대해 그는 “자궁은 모든 인간이 갈구하는 세계”라고 했다.
“산다는 게 아름답고 좋고 달콤한 것도 많지만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잖아요. 그 모든 과정이 자궁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거죠. 잘린 손가락과 그림 속 몸에 새겨진 각오와 다짐들은 그런 삶의 고통, 어마어마한 대가를 담아낸 것입니다.”
최근 작품들은 그가 60여 년을 살아오며 겪은 희로애락을 ‘아름다운 자궁으로 향하는 길’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1970년대 작품 ‘청춘의 슬픔’과 ‘자화상―아픔의 힘’(1975년)은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그린 것으로,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일종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 무렵 정 화백은 찢어지게 가난해 물감도 부족하고, 하루 한 끼로 버티며 독학으로 그림을 그렸다. 1976년 화구만 챙겨 그림을 그리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왔던 그는 3년 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청년작가회관에서 ‘바닥畵(화)―밟아주세요’를 연다. 이때 관객은 바닥의 그림을 밟고 그 위에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했고, 동네 상인들은 ‘희한한 그림이 있다더라’며 몰려와 구경했다. 정 화백은 “과거 작품은 갤러리의 요청으로 몇 점 가져와 봤는데, 전시하고 보니 부드러운 가운데 나의 고통스러웠던 순간이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30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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