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가득채운 3500개 십자가… “억압받는 여성 ‘노르마’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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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 대표 거장인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대표작 '노르마'(1831년 초연)가 26∼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지휘자 로베르토 아바도, 노르마 역의 소프라노 여지원과 데시레 랑카토레, 노르마의 후배이자 사랑의 경쟁자인 아달지사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테레사 이에르볼리노, 제사장 역의 베이스 박종민이 참석해 이번 공연의 주요 콘셉트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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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 26~29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아리아 ‘정결한 여신’ 널리 알려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 맡아
여주인공인 소프라노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으로 널리 알려진 노르마는 로마시대 갈리아(지금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토착 종족인 드루이드족과 로마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와 로마 총독 폴리오네의 비밀스러운 사랑과 배신이 줄거리의 축을 이룬다.
오페라 및 연극 연출가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회식 연출로 명성을 얻은 오예는 이 오페라를 위해 무대 위에 십자가 3500여 개를 중첩시킨 파격을 선보였다. 지난달 26일 먼저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시대 내 조국 스페인에 존재했던 억압을 무대에 표현했다”고 밝혔다. “오늘날에도 극 중의 노르마처럼 시대가 강요하는 의무 속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이 있죠. 종교에 대한 믿음이 때로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보이려 했습니다.” 무대 위의 수많은 십자가는 노르마가 수많은 믿음과 기대에 둘러싸여 있음을 보여준다고 그는 말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지휘 거장인 리카르도 무티에게 발탁돼 201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의 엘비라 역으로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유럽 주요 극장과 음악축제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이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지원은 “노르마는 기술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악보 속의 음정을 다 노래할 수 없다. 여사제이자 사랑에 빠진 여성으로 복합적인 감정까지 표현해야 하니 성악가로서는 무척 어렵지만 관객은 매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 벨리니가 인물의 감정을 기막히게 풀어냈다고 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극적인 역할이 제 특기지만 이 오페라의 대표 아리아인 ‘정결한 여신’은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억누르면서 가장 평화로운 듯한 모습으로 불러야 하죠. 강한 힘을 내면에서 노래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1950년대 오페라 스타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이 아리아는 오페라 무대를 장악한 여주인공을 뜻하는 디바(Diva·여신)라는 표현을 낳았다. 여지원은 “칼라스가 부른 이 노래는 내게도 기준점이다. 몽세라 카바예의 노래도 참고한다”고 덧붙였다.
전설적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각광받고 있는 지휘자인 로베르토 아바도는 “‘정결한 여신’은 강렬하고 신비로우면서 에로틱하다. 중동의 분위기도 풍기는 매력적인 아리아”라고 말했다. “쇼팽의 녹턴(야상곡)과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 노래죠. 이 곡은 베르디와 바그너에게까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았다. 노이오페라코러스는 합창으로 참여한다. 3만∼3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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