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층견소음 Ⅱ

염창현 기자 2023. 10.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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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거나 공원 등에서 산책하다가 애완동물을 데리고 나온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애완동물 주인들은 목줄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배변 봉투도 휴대하는 등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층간소음에서 유래된 이 신조어는 애완견 등으로 인해 아파트 위·아래층 간에 일어나는 갈등을 빗댄 것이다.

다툼의 이유는 '바닥 훼손·벽지 오염', '사육금지 특약 위반 여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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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거나 공원 등에서 산책하다가 애완동물을 데리고 나온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500만 가구를 훨씬 넘는다니 마주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일지 모른다. 애완동물 주인들은 목줄 길이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배변 봉투도 휴대하는 등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과 달리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범위를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주택으로 좁히면 상황이 좀 달라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층견소음(層犬騷音)’이 대표적인 사례다. 층간소음에서 유래된 이 신조어는 애완견 등으로 인해 아파트 위·아래층 간에 일어나는 갈등을 빗댄 것이다. 그동안의 이웃끼리 다툼이 대두분 위층 거주자의 배려 부족 때문에 비롯됐다면 층견소음 분쟁은 개와 같은 반려동물 때문에 불거진다.

최근엔 반려동물을 두고 임대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반려동물 관련 조정은 132건이다. 2017년 3건에서 지난해에는 28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1~9월 분쟁 건수만도 21건이다. 다툼의 이유는 ‘바닥 훼손·벽지 오염’, ‘사육금지 특약 위반 여부’ 등이다. 임대인은 동물 때문에 집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세입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단다.

문제는 이 같은 다툼이 일어나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등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임대인과 세입자는 계약서를 쓸 때 알아서 일일이 특약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더라도 모든 것이 생각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해소할 뚜렷한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으니 또 한번 난항을 겪게 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다툼을 없애려면 관련 법령 정비와 함께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반려동물 특약 조항 기재 의무화 등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가량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반려동물과 관련된 분쟁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상호 배려가 최선이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의 규정이라도 만드는 것이 옳겠다.

염창현 세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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