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주택담보대출금리 8% vs 3%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가 연 4.17~7.09%(10월 7일 기준)로 상단이 다시 7%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경제연구소와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주담대 금리 마지노선은 ‘연 8%’. 이 라인을 넘어서면 집값이 다시 하락하고 1800조 원이 넘는 대한민국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작년 말과 연초에도 그랬다. 당시 대출금리 상단이 8%에 육박하자 25억 원 하던 서울 잠실의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16억 원 대로 급락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현재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고 있다. 다들 “대출받아서 집부터 사고 보자”는 생각이다. 연초 이후 9월 말까지 시중 은행권의 주담대 규모는 35조 원 늘었다. 작년 대비 두 배가 넘는데 은행권 전체 주담대 규모도 830조 원이 넘었다. 집에 얽힌 빚이 1000조 원이 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대체 사람들은 왜 이처럼 대규모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 것일까. 우선 50년 만기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대출기간을 50년으로 늘여놓으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서 여유가 생겨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 게다가 4050세대에게 50년 만기 대출상품은 ‘묘한’ 심리적 안정을 준단다. 가령 30세에게 50년 만기 주담대는 “죽도록 빚만 갚으란 말이냐”는 압박을 주지만 50대에게는 “월세 사느니 내 집에서 살자”는 느낌을 준다. 물론 이런 설명은 그야말로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올해 50년 만기 주담대는 히트 상품이었다.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에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유효신청액은 40조 원이 넘었다. 현재는 50년 주담대도 그렇고 특례보금자리론도 폐지하거나 자격 제한을 하고 있지만 이미 사람들은 빚을 낼 만큼 냈고, 집을 살 만큼 샀다.
그래도 선뜻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무리 대출이 수월하다 해도 대출금리 수준이 꽤나 높다는 데 있다. 지난 집값 급등기의 연 2~3%보다 훨씬 높은 4%대 이상인데,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도 왜 이렇게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일까. 여기엔 ‘공급 부족 트라우마’도 한몫한다. 올해 주택 착공 건수는 작년 대비 56%나 줄었다. 현재 부동산 PF 문제를 봐도 그렇고, 건설사의 힘든 사정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을 보면 내년에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니 똑똑한 우리 국민은 ‘3년 후엔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또 오르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고 높은 금리에도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 말했듯 시중금리가 튀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연 8%대를 넘기라도 한다면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엄청난 원리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공급부족? 바로 해결된다. 기존 영끌 족들이 원리금 갚느라 허덕대다 물량을 던지면 상황은 순식간에 정반대가 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표는 무엇일까. 당장 은행채 금리나 우리 국고채 금리가 중요하겠지만, 모든 것은 ‘세계의 시장금리’라고 불리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로 귀결된다. 10월 초 현재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4.6~4.7%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만약 여기서 위로 튀어 올라 5%~5.5% 수준이 된다면 시중 대출금리는 연관돼 튀어 오르게 된다. 현재 미국 모기지 금리는 7.6% 수준인데, 바로 8%를 훌쩍 넘게 될 것이고, 당연히 국내 주담대 금리도 8%를 넘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시장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없을까. 확률은 높지 않지만 상황이 존재하기는 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가는 것이다. 혹시 이 대목에서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동결인데 어떻게 시장금리가 내릴까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항상 앞서 움직인다. 미 연준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없다”고 강력한 신호를 준다면 시장금리는 먼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올 2분기를 생각하면 된다. 당시 미 10년 국채금리는 3% 후반이었고 국내 주담대 금리도 3.6~3.8%까지 떨어졌다.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 집값은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 주담대 금리가 판가름 낼 것이라 생각한다. 연 8%가 넘을 것인가. 아니면 3%대로 내려갈 것인가. 지금 이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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