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소프트 파워가 공짜?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올해 부커상 1차 후보 리스트 13명 중에 아일랜드 작가가 4명이나 올랐다고 한다. 역대 가장 많은 아일랜드 작가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전 세계 영어 사용자의 1%를 차지할 뿐인 아일랜드가 이러한 쾌거를 이룩한 배경으로, 맨체스터대의 리엄 하르트 교수는 아일랜드의 지속적인 문예 창작 지원 체계를 꼽고 있다. 아일랜드는 최근 복지 긴축 정책을 실시하면서도 ‘도서관 지원’ ‘예술 기금’ 그리고 ‘세액공제’ 같은 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의 문학적 성취는 적은 인구, 뼈저리게 가난했던 근대 역사 등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하다. 특히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아버지인 제임스 조이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나오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의 기원이라 볼 수 있는 시구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를 쓴 W. B. 예이츠, ‘스냅챗 세대의 샐린저’ ‘프레카리아트의 제인 오스틴’이라는 젊은 베스트셀러 작가 샐리 루니 등 최근까지도 세계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작가들을 배출해 왔다. 이는 문인을 존경하고 뒷받침해 주는 전통과 더불어 끊임없는 금전적 지원을 통해 전통을 물질적으로, 실질적으로 계승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 올해 전미 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로 지정된 이래 ‘어떻게 하면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나는 한결같이 “금전적 지원”이라고 답한다. 작가나 번역가나 마찬가지다. 문학으로 소박하게나마 먹고살 수 있어야 젊은이들이 번역을 포함해 문학계를 떠나지 않고 수년간 실력을 연마하고 훌륭한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 소프트 파워는 공짜가 아니다. 무엇인가가 중요하다면 거기에 합당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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