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싱가포르 무슬림은 왜 온건한가
싱가포르 무슬림 밀집 지역인 아랍스트리트는 이 나라 20·30대와 관광객에게 가장 힙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슬람 사원 술탄 모스크를 중심으로 할랄 음식점과 패션 용품점 등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건물 외벽은 젊음과 반항의 상징 그라피티로 수놓아져 있다. 밤이면 서울 을지로처럼 골목길 테이블에서 맥주와 할랄 음식을 즐기는 젊은이로 붐빈다. 세계 곳곳 무슬림 밀집 지역이 게토화돼 골칫거리로 바뀐 모습과 비교된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종교 문제였다.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를 종교로 구분해 보면 불교가 약 31%로 가장 많고, 기독교(19%), 이슬람교(16%), 도교(9%), 힌두교(5%) 등 순이다. 특히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우선시하는 무슬림의 사회 융화가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려 1966년 제정한 것이 ‘무슬림법’이다. 146개 조로 구성된 이 법은 정부에 무슬림으로 신고한 이들이 샤리아에 근거한 법을 적용받고 샤리아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슬람 국가도 아닌 나라가 샤리아를 정식 사법 체계로 끌어들인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법은 무슬림의 종교 활동과 재산, 결혼과 이혼, 교육 등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무슬림법 134조는 무슬림이 결혼하지 않은 이성과 동거할 경우 500달러 이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 법에 언급되지 않는 대부분 형법 등은 일반인과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물건 훔쳤다고 손가락을 자르거나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공개 매질하는 따위의 일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될 당시 일부 무슬림의 반대가 거셌다고 한다. 어찌 이슬람 국가도 아닌 나라의 세속 정부가 샤리아를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이들은 철저히 배척하고 온건한 무슬림은 포용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지금도 규정 외 과격한 내용의 선교 활동을 하거나, IS(이슬람국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내통할 경우 형사 처벌받는다.
반면 다른 비이슬람 동남아 국가의 무슬림 밀집 지역은 비극의 현장이다. 무슬림 강제 동화 정책을 시행해 온 태국의 남부 지역은 분리주의 무슬림이 확장하며 매년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학살하고 무슬림은 이를 테러로 되갚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경계와 배척이 되려 극단적 무슬림이 정착할 토양이 된 셈이다.
유엔(UN)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3675만명에서 2050년 2398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봤다.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 다민족 사회가 되는 것 외 현실적 대책이 없다고들 한다. 한국에는 이미 노동인구 부족이 불러온 무슬림 15만~20만명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싸늘한 경계심이 자칫 미래에 문젯거리로 돌아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소수자 타이틀을 붙여 우리 규범과 충돌하는 일까지 눈감자는 태도도 되레 이들을 고립시키긴 마찬가지다. 한국은 어떤 다민족 사회가 될 것인가. 싱가포르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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