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74> 수안동 유적 환도(環刀)

이지현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2023. 10.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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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검 한 쌍이 국보로 지정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수안동 유적은 당시 동래부사 송상현이 장렬히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고난의 역사를 정면으로 돌파한 이 환도는 많은 부분이 결실되어 온전하지 못한 형태지만, 남아 있는 작은 부속구만 보아도 꽤 지체 높은 분의 칼인 것으로 보인다.

수안동 유적에서 출토된 환도 일부는 현재 안전한 보존을 위해 부산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보존처리 및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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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기억 새겨진 동래읍성 환도…부속구만 봐도 ‘높은 사람’ 차던 검

최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장검 한 쌍이 국보로 지정되었다. 실제로 사용된 무기는 아니지만, 1592년 터진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충무공의 정신과 역사성을 가치로 인정받은 것이다. 임진왜란 초기 격전이 벌어졌던 부산에서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유물을 접할 수 있다.

환도 앞매기와 꽃모양 고정못(왼쪽)과 수안동유적 출토 환도.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박물관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군이 실전에 사용했던 칼이 있다. 바로 수안동 동래읍성 해자 유적에서 출토된 환도(環刀)이다.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수안동 유적은 당시 동래부사 송상현이 장렬히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전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이 유적에서만 16점의 환도가 출토되었다.

환도는 조선 시대의 가장 일반적인 칼인데, ‘둥근 칼’로 번역되는 이 명칭은 현존하는 대다수 환도 유물에서 보이는 휘어진 칼날, 혹은 둥근 코등이(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손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칼 손잡이 위쪽에 달아놓는 장치)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러나 조선 후기(1813년) 군사기술서인 ‘융원필비’에는 이 명칭이 칼집을 허리에 매는 고리에서 유래했다고 서술되어 있어, 이것이 패용할 수 있는 칼, 그중에서도 둥근 고리를 달아 찰 수 있는 외날 칼의 명칭임을 알 수 있다.

간혹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 긴 칼을 손에 들고 나오는데, 이는 고증이 잘못된 예이다. 조선에서 칼은 차고 다니는 것이었다.

수안동 유적 환도 중에는 특히 눈에 띄는 환도 1점이 있다. 멀리서 보면 ‘낫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ㄱ’자로 꺾여 있기 때문이다. 뾰족해야 하는 칼날 끝부분조차 결실되어 남아 있지 않다. 어찌 보면 곧게 뻗어 있는 환도들 사이에서 아픈 손가락 마냥 마음이 쓰인다.

그러나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는 말처럼 이 환도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고난의 역사를 정면으로 돌파한 이 환도는 많은 부분이 결실되어 온전하지 못한 형태지만, 남아 있는 작은 부속구만 보아도 꽤 지체 높은 분의 칼인 것으로 보인다.

도신(칼날이 있는 몸체부)과 칼자루(손잡이)를 결합하는 슴베에는 꽃 모양의 못이 꽂혀 있다. 유소혈(流蘇穴)이라 부르는 이 못은 칼날과 자루를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금빛을 띠는 황동 재질이며, 8개의 꽃잎의 중앙에는 사선 문양을 새긴 황동판을 올려 장식했다. 얇은 황동판을 관(파이프) 형태로 말아 슴베 구멍을 통과시킨 후 끝부분을 바깥으로 접어 두 개의 꽃잎판을 고정하였는데, 이러한 고정 방식은 대나무 못으로 고정하는 일본 도(刀)와는 다른 조선 시대 환도의 특징이다. 능형의 코등이 뒤로 칼자루를 감싸고 있는 앞매기에는 황동판 바탕 위에 빼곡하게 꽃 소나무 파도 무늬를 새겨 우아함을 더했다.

수안동 유적에서 출토된 환도 일부는 현재 안전한 보존을 위해 부산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보존처리 및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보존처리 후 좀 더 빛나는 모습으로 박물관 전시실에서 만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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