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대파 20% 넘게 올라… “김치플레이션에 김장하기 겁나요”
고춧가루 15%-절임배추 10% 올라
양념재료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
김장 대신 포장김치 구매가정 늘어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이 거세지고 있다. 배춧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데다 소금과 고춧가루, 생강 등 부재료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소금값과 인건비 등이 치솟으며 일반 가정집에서 김장용으로 사는 절임배추 가격이 덩달아 오르며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도 전 연령대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3일 기준 소금 5kg 소매가격은 1만3059원으로 1년 전(1만1186원)보다 16.7% 올랐다. 여름철 폭우와 태풍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생산량에 타격을 입은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금 물가 상승률은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김장용 채소는 13일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얼갈이배추가 1년 전보다 40.1% 올랐다. 이 기간 열무, 대파도 각각 29.9%, 21.5% 올랐다.
고춧가루 등 김장김치 양념 재료 가격도 급등했다. aT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산 고춧가루 1kg 소매가격은 3만6000원으로 1년 전(3만1237원)보다 15.2% 올랐다. 생강은 kg당 1만7673원으로 1년 전(8797원)보다 2배 이상으로 올라 김장김치 재료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김장을 포기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도 과거 젊은층에 국한됐지만 최근엔 60대 이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오모 씨(63)는 올해부턴 필요할 때마다 마트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그동안 ‘김치만큼은 집에서 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형 마트에서 포기당 8000원대까지 오른 배추와 4만 원에 가까운 고춧가루 가격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오 씨는 “결혼한 아들이 독립해 먹는 입도 줄어든 만큼 완제품을 소량씩 사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작황 부진 여파로 포장김치 가격도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다. 대상은 지난해 10월 종가 포기배추김치 5kg 가격을 5만1100원에서 5만3700원으로 5% 올려놨고, CJ제일제당도 비비고 포기배추김치 5kg을 지난해 9월부터 3만9900원에서 4만2900원으로 올렸다. 다만 업체들은 올해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치플레이션’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량도 반등하고 있다. 2021년 이른바 ‘알몸 김치’ 파동으로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한동안 줄었으나, 최근에는 낮은 가격을 무기 삼아 한국인의 식탁을 공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19년 30만6613t에서 2021년 24만2704t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26만3450t으로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14만2259t을 수입해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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