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에 수면위로 드러난 與心…김기현 '용산 거리두기' 숙제

김주훈 2023. 10. 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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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당-대통령실 관계 재구축 시험대
당내에선 '수평적 관계' 정립 촉구…"도끼 상소라도 올려야"
전문가들 "국민들 과연 믿을까"…부정 평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오후 인천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3대 개혁 완수-2023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 내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과 대통령실 간 수평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뺏긴 주도권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 참패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3대 혁신 방안과 6대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이목이 쏠린 부분은 당과 정부,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구축 발언이다. 김 대표는 "기본적 현안에 대해 사전에 긴밀히 조율해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하는 한편, 민심과 동떨어진 사안에 대해선 시정을 적극 요구해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즉, 대통령실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날(15일)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이다. 김웅 의원은 의총에서 김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지 본인 의사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발언 내용을 공개한 허은아 의원은 "이쯤 되면 다 같이 용산 가서 도끼 상소라도 올렸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총선 참패하면 정권 흔들린다' 등 호소했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김 대표가 당내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중진인 서병수 의원도 "국민의 심부름꾼이어야 할 당이 대통령실 뒤치다꺼리만 골몰하지 않았는지 되새겨보면 안다"고 직격했다.

당 지도부는 당내 여론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과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김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당내에선 대통령실과의 관계 재구축 시작으로 임명직 당직자 인선을 보는 분위기다. 이철규·박성민·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임명직 당직자가 총사퇴하고,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이 자리를 채우면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김 대표 영향력이 커진 분위기"라면서 "용산 의중이 결과론적으로 안 좋게 끝났기 때문으로, 지도부가 선거 운동을 패싱한 것도 아닌 만큼 할 말은 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척을 져서 총선에 이긴다고 해도 끝은 아니지 않는가"라면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실과 같이 가야 하는 부분이고 여기에 당으로서 쓴소리를 통해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여기에 맞춰 대통령실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당정 소통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그는 "당은 늘 현장과 지역에서 유권자들을 대하기 때문에 그만큼 민심을 빨리 전달받는다고 할 수 있다"며 "당정 간의 소통 강화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간 수평적 관계 구축에 대해 일각에선 부정적 평가를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김 대표의 전당대회 승리에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영향을 끼쳤던 만큼, 관계 재구축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직격한 이준석 전 대표는 당정관계 재정립에 대해 "국민은 그 기대를 오래 지켜보진 않을 것"이라면서 "박정훈 대령이 필요 이상 린치를 당하는지 국방부에 질의하는 등이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은 것이 본인 혼자만의 생각이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라는 인식이 강한 만큼, 윤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받고 당내 혁신을 추진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고려해 달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것과 '이렇게 행동하시면 안 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며 "김 대표가 후자의 경우를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통령실과의 관계와 관련해 김 대표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면 이를 보는 국민의 생각은 다를 것"이라며 "김 대표가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척을 하겠지만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무엇보다 "(당이) 더 안 좋은 소리를 하면 (대통령실이 지도부를) 바꾸려고 할 수 있는데, 그땐 세게 나오기 힘들다"며 "그럴 바에는 당초 지금 강하게 나가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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