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하마스 제거해야…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땐 큰 실수”
바이든, 주내 이스라엘 방문 가능성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음식, 식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중동전쟁 개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시도와 민간인 공격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하마스가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이스라엘은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지지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하마스 파괴(작전)는 승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초청으로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이라고 NYT 등이 전했다.
바이든 ‘하마스-팔 분리대응’ 제시… 이란-헤즈볼라 개입 명분 차단
[중동전쟁]
이스라엘에 지상전 앞 가이드라인
“하마스에 책임 물을것” 밝히면서
가자지구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
깨진 창 너머로 폐허 바라보는 아이들 1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아이들이 건물의 깨진 창 너머로 폐허가 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여 명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한 지 사흘째인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서 2600명 넘게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보건국이 밝혔다. 라파=AP 뉴시스 |
● “바이든, 이번 주 이스라엘行 검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지목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악(惡) 그 자체(sheer evil)’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파괴”를 선언한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압박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를 처음으로 규탄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압바스 대통령에게 전화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하마스를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시점을 이번 주 후반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위한 선결 조건을 이스라엘에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란, 헤즈볼라에 개입 명분 줄라’ 분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전쟁 개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확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는지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갔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직접 나서는 일은 막아야 하는 셈이다. 질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우리는 가자지구 점령에 관심이 없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중동에 급파돼 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아랍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가자 주민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 개방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또 ‘중동 인도주의 특사’로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주튀르키예 대사를 임명해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모색을 주문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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