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정무위]乙의 눈물, 회장님의 사과...의원들의 열정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강민국(국), 강성희(진), 강훈식(민), 김성주(민), 김종민(민), 김한규(민), 김희곤(국), 민병덕(민), 박성준(민), 박재호(민), 송석준(국), 양정숙(무), 오기형(민), 유의동(국), 윤영덕(민), 윤주경(국), 윤창현(국), 윤한홍(국), 이용우(민), 조응천(민), 최승재(국), 최종윤(민), 황운하(민), 백혜련(민, 위원장), 한기정(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정무위) 국정감사(국감)에서 물량 밀어내기, 고율 수수료 부과, 기술탈취와 같은 대기업 및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갖은 부당행위, 소위 '갑질' 행태들이 증언됐다. '을(乙)'이라 불리는 소상공인들의 피해 사례들이 제시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규제 방식이 옳은지에 관한 의문도 제기됐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갑질은 그동안 참 많았는데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 같다"며 "문제는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고사하고 망한다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대기업 횡포에 청년 벤처기업들은 사라져 간다"고 했다.
최 의원은 국감 참고인으로 주식회사 뉴려의 김려흔 대표이사를 불렀다. 김 대표는 '1+1' 상품 판매 플랫폼 '원플원'을 선보였는데 네이버가 3개월 뒤 '원쁠딜'을 출시, 네이버의 유사 아이디어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려흔 대표는 "부디 이 상황을 누구라도 나서서 해결 좀 해달라"며 "국정감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근본적 입법과 해결을 위해 논의해주시고 네이버도 더 이상 비겁한 변명 대신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으로 박수받는 대기업이 되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울먹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물량 밀어내기 논란'에 휩싸인 천재교육의 강희철 대표이사를 증인소환했다. 윤 의원은 천재교육 총판장 일부가 8억~10억원대 채무를 부담한 것을 두고 "반품률 제한인 20%를 넘긴 수량만큼은 반품 처리가 아예 안 됐고 본인들이 사들여 이렇게 빚을 진 것"이라며 "페널티도 있다. 판매목표 달성이 안되면 도서 공급가를 올려버린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어떤가. 이 정도면 조사할 만한가. 아직도 증거 불충분인가"라고 했고 이에 한 위원장은 "아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저희가 절차 따라 하겠다.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맹점들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높은 수수료를 지적했다. 민 의원은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기 받아봤나"라며 "2만원짜리 선물 받아 사용하면 가맹점주 사장님은 5~11%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카드 수수료가 1%대인 점에 비하면 최고 10배 이상 높은 것"이라고 했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 가맹사업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최근 사모펀드가 가맹본부를 인수하는 문제"라며 "사모펀드는 속성상 단기경영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갑질, 폭리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와 김정중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1월 사업개편 계획을 밝힌 뒤 이 계획에 따라 집단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점주 100명 중 80여 명의 가맹점 계약을 2024년까지 모두 해지한다는 내용이다.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곽 대표가 가맹점주들에게 3년이란 시간을 줬다는 해명에 대해 김 협의회회장은 한 운동화를 들어보이며 "이게 '삼바'란 인기 상품이다. 이런 상품들은 가맹점엔 주지도 않고 본사 직영과 온라인몰에서만 판다"며 "저희는 매달 적자를 보며 지내온다. 흑자를 내고 수익을 내야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다양한 갑질 사례가 쏟아지면서 공정위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특히 자율규제 방안이 실효가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자율규제 논의 과정에서 입점업체인 소상공인 등의 이해관계자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밀어붙였음이 유추되는 대외비 문건을 이날 들고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 의원은 "(이런) 자율규제로는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중단시킬 수 없다. 법적 규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개별 플랫폼과 입점업체가 대화하는데 공정위가 해야 될 핵심적인 것은 대등하고 공정한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물품 정산기간이 최장 60일인 탓에 빚내서 이자를 감당해가며 물건을 파는 플랫폼 입점기업의 고충 사례를 공유했다. 김 의원은 "(자율규제하면) 소상공인들은 항의할 수없다. 사실은 갑 이야기를 그냥 들어야 한다"며 "괜히 불만 이야기하면 불이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해 입법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율규제가 돼야 될 영역이 있는데 지금 플랫폼 업체 관련 갑을 간 힘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기업이 발전하면 혁신은 좋지만 전국민을 종업원화시키는 (이면도 있다)"며 "이런 것을 바로잡으라는 게 공정위 역할인데 지금 자율규제에 맡기겠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자율에 맡기겠단 게 지금 몇 년 됐다. 자본주의는 한 울타리 안에 사자하고 토끼하고 싸움시키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그것 방지하라고 공정위가 있는 것"이라며 "공정한 시장경제에서 용납할 수 없는 지대 추구행위를 막는 것이 공정위 뿐 아니라 정부 모든 부처의 중요한 책무라는 건 윤석열 대통령도 하신 발언"이라고 했다.
갑질 의혹은 아니나 부당경쟁, 대기업의 편법지원 의혹 등을 제기해 공정위로부터 검토하겠단 답변을 이끌어낸 사례도 있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쓰레기 처리 업체들의 입찰 담합 의혹을 제기하면서 최근 서울시로부터 받은 10년간 '생활 폐기물 수집 운반 인허가 업체 현황'을 근거로 " 지자체 쓰레기 수거계약시 입찰경쟁을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는) 수의계약률이 90~100%에 달했고 평균 계약기간은 11.6년까지도 있었다. 이 정도면 완전히 카르텔"이라고 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폐기물 관련 저희가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수의계약보다 경쟁입찰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뭘지 제도적으로 좀 모색해보고 부당한 공동행위, 담합을 적발해서 그에 대한 시정조치는 손해배상소송까지 고려해 철저히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보겠다"고 답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TRS(총수익스와프)가 사실상 기업의 무상 지급보증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고 이에 한 위원장은 "정밀하게 볼 예정이고 고시 관련해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TRS 종류가 워낙 여러가지이나 규제가 가능하도록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2021~2022년 있었던 현대산업개발 건설 사고 관련 사과했다. 정 회장은 "돌아가신 분들께 굉장히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때 이사 못한 분들께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빨리 제대로 (아파트를) 지어서 제대로 사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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