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뒷걸음치는 한국의 혁신 플랫폼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23. 10. 1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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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1990년대 한국 정부가 선택한 인터넷 네트워크 인프라 확충과 고도화는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메신저, 검색, 게임, 온라인콘텐츠, 이동전화단말기산업의 토대가 됐고 지금도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최근 고도화한 인터넷 네트워크로 인한 과실이 점차 글로벌 플랫폼기업으로 넘어가는 것은 물론 국내 혁신 스타트업 플랫폼도 과도한 규제와 이해관계 갈등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지난 8월 기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MAU(월간실이용자수)는 4196만6874명으로 1위를 유지했지만 2위 구글 유튜브(4162만7075명)와 차이는 33만9799명으로 집계됐다. 검색엔진 시장도 그간 국내 절대강자인 네이버의 위상이 흔들린다. 웹 MAU 1위 네이버의 점유율은 지난 1월 64.5%에서 하락, 7개월 연속 50%대에 머문 반면 구글은 30%대로 올라섰다. 네이버는 2018년까지 70%대 점유율을 유지하다 2019년 들어 60%대로 하락했다가 올해부터는 60% 점유율도 무너지고 50%대까지 추락했다.

또한 생성형 AI의 선두 챗GPT의 지난 8월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는 14억명에 이르고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이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은 네이버가 이제 막 서비스를 출시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검색에서 정답으로(from search to answer) 시장판도가 변하는 상황에서 국내 검색포털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미디어, OTT 플랫폼 시장은 어떨까. 지난 8월 기준 DAU(일간활성이용자수)가 글로벌 OTT기업 넷플릭스가 평균 291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토종 OTT 티빙이 126만명, 웨이브가 111만명, 쿠팡플레이가 71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스타트업 혁신 플랫폼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6월1일 대법원이 타다라는 승합차 호출서비스가 '불법 콜택시'라며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4년의 허송세월로 모빌리티 혁신은 택시플랫폼의 고도화로 한정해 진행됐고 지금도 승차공유, 개인차량 공유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 시기 의료공백을 메워온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팬데믹 3년간 이용자 수 1400만명, 진료건수 3600만건을 기록했고 국민의 78%가 만족했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초진금지, 약배송 금지규제가 도입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기업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 마이데이터의 상황도 아쉬움을 더해간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를 목표로 2022년 1월 본격 시행된 금융 마이데이터는 지난 5월 기준 약 8025만명이 가입했으며 마이데이터사업자는 66곳, 정보제공의무자는 700여곳에 이를 정도로 양적 성장이 계속된다. 그러나 아직 주로 자산통합조회나 관리서비스에 머물러 고객의 지불의사를 자극하는 기존 서비스와 차별적인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정보제공기업의 데이터과금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더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그나마 희망의 싹이 보인 곳은 리걸테크 플랫폼이다. 지난 9월26일 법무부는 리걸테크 플랫폼 로톡을 이용하다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로톡 서비스가 합법으로 인정되면서 이제 리걸테크 플랫폼이 소비자들의 법률서비스 이용문턱을 낮추고 편익을 증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전문직 플랫폼과 기존 산업의 갈등에서 정부가 최초로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 편익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정이다.

사실 이제 기존 산업의 플랫폼화와 플랫폼을 통한 재화나 서비스 거래는 거부할 수 없는 디지털경제의 흐름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하고 이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검색 등 디지털분야에서 한국의 독자 플랫폼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혁신 스타트업 플랫폼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인식의 변화와 규제의 개선이 절박한 시점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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