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 ‘딱딱해진 장기’ 알아낼 신기술 개발
나노 물질 체내에 넣어 ‘초음파 조영제’ 기능
장기 같은 인체 조직이 정상보다 딱딱해지는 ‘섬유화증’을 초음파로 진단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초음파 장비로는 피부를 투시해 장기 형태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장기 조직이 딱딱해진 정도까지는 알 수 없었다.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장(연세대 화학과 교수)과 미카엘 사피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조승우 연세대 교수가 구성한 공동연구진은 장기 등 인체 조직의 경화도를 초음파로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는 나노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실렸다.
초음파는 몸 밖에서 인체 조직 내부를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비침습적 의료 기술이다.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간과 같은 장기를 투시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초음파 장비로는 장기 등 인체 조직이 정상보다 딱딱해진 정도, 즉 ‘경화도’는 알 수 없다. 경화도가 높아 장기가 딱딱하게 굳는 질환을 ‘섬유화증’이라고 한다. 간경화증이나 동맥경화, 암 등을 앓는 환자의 몸에서 많이 나타난다.
섬유화증은 발견이 늦어지면 생명을 위협한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조기 진단해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조직 검사 외에 경화도를 정확히 측정할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노 자성-버블(MGV)’이라는 물질을 개발했다. MGV는 가스로 채운 단백질에 자성 나노입자를 결합한 구조체다. 원통형이고, 크기는 500㎚(나노미터·10억분의 1m)다.
연구진은 MGV를 초음파 조영제로 쓰는 방법을 고안했다. MGV는 자신이 위치한 몸속 주변의 인체 조직이 얼마나 딱딱한지에 따라 진동하는 성질이 달라진다. 부드러운 조직에서는 많이, 딱딱한 조직에서는 적게 진동한다. 연두부를 가득 채운 그릇에서는 수저를 휘젓기가 쉽지만, 쌀을 채운 그릇에서는 휘젓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연구진은 생체 조직의 경화도를 의학적으로 중요한 압력 범위(50~5000파스칼)에서 예민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압력 수치가 높을수록 딱딱한 조직인데, MGV 덕분에 딱딱한 조직과 부드러운 조직을 초음파 장비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MGV를 쓰면 기존 장비보다 4~8배 더 밝고 정밀한 초음파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도 밝혔다.
연구진은 MGV를 활용해 간 섬유화가 진행된 살아 있는 실험용 생쥐를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이 상용화한다면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조직 검사 횟수를 줄이면서도 인체 조직이 얼마나 딱딱해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한다.
천 단장은 “이번 기술은 치명적인 경화증을 미연에 방지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며 “질병 발생과 조직 경화의 관계를 파악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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