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황지성 2023. 10.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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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한테 맞으면 어떡해요?", "매뉴얼을 모르겠어요.", "혼자 처리해야 하니까 너무 버거워요." 조사 공공화에 따른 업무 지원 과정에서 실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게 들었던 말이다.

아동학대 전담인력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폭행·협박·위력 등의 위험상황이 항상 존재하며, 매 순간 긴장감을 가지고 대상자들을 만난다.

지난 9월 30일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 업무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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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성 강원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2팀장

“행위자한테 맞으면 어떡해요?”, “매뉴얼을 모르겠어요.”, “혼자 처리해야 하니까 너무 버거워요.”

조사 공공화에 따른 업무 지원 과정에서 실제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게 들었던 말이다. 전국 229개 모든 지자체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해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심층 사례관리 기관으로 전환해 재학대 방지 및 가족기능 회복을 위한 전문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처럼 아동학대 대응에 있어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기 시작한 후 공적 인력 배치가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아동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체계들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급속한 변화는 아동복지 분야에서 상당히 반가운 일이긴 하나 하루아침에 해당 업무를 맡게 된 담당자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책임 의식, 올바른 학대 인식을 갖추고 현장에 투입되었는지 의문이다.

아동학대 전담인력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폭행·협박·위력 등의 위험상황이 항상 존재하며, 매 순간 긴장감을 가지고 대상자들을 만난다. 두렵고 예측 불가능한 현장과 매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부담되고 누구나 기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생명, 안전과 직결된 일인 만큼 사명감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기에 ‘나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아동은 제대로 사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2022년 주요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사례 중 82.7%가 부모에 의한 피해였으며, 81.3%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세상의 전부인 어른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받고 희망 없는 감옥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대 현장에서 가장 먼저 어린 생명을 발견하고 구출하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의무는 매우 막중하며, 나를 지켜주고 온전한 사랑을 주는 다른 형태의 어른도 있다는 것을 아동학대 조사와 조치 과정에서 몸소 보여주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경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배치 권고 기준을 충족하고 공공화가 정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담공무원 퇴직으로 인력이 교체됐으나 새로운 담당자마저 한 달 만에 발령이 났다. 일이 많고 힘들다는 이유였는데,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하지 않아 업무 처리가 지연되고 대상자에게 시의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안타까운 상황이 잇따랐다. 공무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망설임, 회피, 공백으로 우리 아이들이 2차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 아동학대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공적 주체로서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가, 나의 결정과 행동이 아동과 가족·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항상 인지해야 한다. 지난 9월 30일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원 업무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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