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늦추고 치매 막는 ‘스페르미딘’…여성 생식 기능 회복 돕는다

이병철 기자 2023. 10.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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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
中 난징농업대 연구진 발표
정액·밤꽃향 내는 스페르미딘, 암컷 생쥐 생식 능력 회복
앞서 수명 증가, 치매 예방 효과도 보여
인체 적용하려면 추가 연구 이뤄져야
난임 여성을 위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액체질소탱크. 여성의 생식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해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갖으려면 난자를 따로 보관해야 한다. 중국 난징농업대 연구진은 17일 스페르미딘이 노화로 감소한 여성의 생식 능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프로즌에그뱅크

사람은 누구나 무병장수를 꿈꾸지만 노화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는 현대 과학 기술로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은 몇몇 후보가 있다. 대표적 항노화 물질인 스페르미딘은 수명을 늘리고 노인성 질환을 막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스페르미딘이 여성의 생식 기능을 회복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중국 난징농업대 연구진은 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나이가 많은 암컷 쥐에게 스페르미딘을 계속 주입하자 노화로 저하된 생식 기능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정액이나 밤꽃의 비릿한 냄새를 내는 스페르미딘은 인간의 몸을 비롯해 동·식물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버섯이나 콩, 옥수수, 통곡물에 들어 있고 체다치즈나 브리치즈, 파르메산치즈 같은 숙성 치즈에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과학계와 의료계에서는 예전부터 스페르미딘을 항노화 물질로 주목하고 있다. 항염증·항산화 작용이 뛰어나고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회복을 돕거나 핵산·단백질의 합성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노화로 인한 세포 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페르미딘이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준다는 연구는 이미 여럿 발표돼 있다. 미국 텍사스A&M대 연구진은 2017년 스페르미딘이 생쥐의 수명을 늘리고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논문에 따르면 스페르미딘을 처방 받은 생쥐는 수명이 최대 25%까지 늘고 간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스페르미딘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연구진은 초파리와 생쥐에게 스페르미딘을 먹여 뇌 노화 상태의 변화를 측정하자 뇌 세포의 노화가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난징농업대 연구진은 스페르미딘이 여성의 노화로 인한 가임률 저하에도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암컷 생쥐를 나이로 분류해 스페르미딘 섭취 여부에 따른 생식 기능의 변화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6~8주 나이의 어린 생쥐와 52~56주의 늙은 생쥐를 같은 환경에서 사육했다. 대신 늙은 생쥐 일부에게는 매일 스페르미딘을 먹게 했다. 실험을 마친 후에는 생쥐에서 난소를 채취해 상태를 확인했다.

스페르미딘을 먹지 않은 생쥐는 어린 생쥐에 비해 난소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난포의 발달과 난모세포의 성숙도 모두 나이가 들면서 절반 수준으로 저하됐다. 난포는 난자를 만드는 조직이고 난모세포는 난자로 자라는 세포다.

반면 늙은 생쥐도 스페르미딘을 먹었을 때는 난소 기능이 크게 회복됐다. 어린 생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대부분 지표에서 어린 생쥐의 약 75% 수준을 기록했다. 스페르미딘을 먹인 생쥐에서 채취한 난자의 체외 수정 능력을 확인했을 때도 수정 성공률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노화로 인해 떨어진 생식 능력이 스페르미딘으로 인해서 회복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스페르미딘이 노화된 세포에서 기능이 떨어진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거나 기능을 회복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포 노화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인 산화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의 난모 세포에 스페르미딘을 주입했을 때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 슝 중국 난징농업대 교수는 “스페르미딘이 여성의 생식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있었으나 실제 그 영향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노화로 인해 떨어진 신체 기능은 물론 불임을 막기 위해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Nature Aging, DOI: https://doi.org/10.1038/s43587-023-00498-8

Cancer Research, DOI: https://doi.org/10.1158/0008-5472.CAN-16-3462

Cell Reports, DOI: https://doi.org/10.1016/j.celrep.2021.10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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