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미술관' 1년째 잡초만 무성…조현범 부재로 관리 부실?

이성락, 김태환 2023. 10.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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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소유 성북동 미술관 여전히 방치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재판…당분간 개관 어려울 듯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현범 회장 소유 성북동 미술관이 관리되지 않고 1년째 방치되고 있다. /성강현 기자

[더팩트ㅣ이성락·김태환 기자]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소유한 '성북동 미술관'의 문이 열리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완공된 이후 주변에는 인적 없이 잡초만 자라고 있으며, 사실상 1년 내내 방치된 모습이다. 이는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 조현범 회장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현범 회장은 회삿돈으로 산 고가 외제차를 사적 사용하고,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돼 미술관 관리는 물론 그룹 경영에도 참여할 수 없는 상태다.

1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조현범 회장 소유 미술관의 개관 일정은 여전히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건물이 모두 지어져 근 시일 내 운영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까지 빈 건물로 남아있다. 취재진이 미술관을 방문해 살펴본 결과 건물은 완공 당시와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주변에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아직 문패도 달리지 않았다.

해당 미술관은 서울 전통의 부촌인 성북동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 미술관이 지어진 곳 역시 당초 단독주택이 있었다. 조현범 회장은 10대 시절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470.35㎡ 규모의 저택을 증여받았다. 한남동 최고가 아파트인 나인원한남이 실제 거주지인 조현범 회장은 그간 성북동 저택을 주거 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성북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은 2021년 저택 철거 절차를 밟은 이후 본격적으로 미술관을 짓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 미술관 개관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범 회장과 미술계의 인연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부인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 씨가 미술을 전공,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기업 미술관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재벌가 여성들이 운영 전반을 책임져 왔다.

조현범 회장의 미술관은 정식 미술관으로 여전히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미술관 등록은 의무가 아니다. 미술관의 운영 목적을 '국민 문화 향유와 교육'에 두고 서울시에 정식 등록할 경우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소장하는 작품에 대한 중개, 알선, 매매 등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미술관은 등록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라며 "미술관을 운영할 때 등록하고 운영할 수도 있고,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등록하려면 일정 자료와 설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치를 고려했을 때 미술관을 대중에 개방하는 형태의 공익적 목적으로 지은 건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추후에도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미술관이 있는 성북동 인근은 유동 인구가 극히 적고 다수가 함께 접근하기 쉽지 않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주민이다.

이처럼 미술관이 조현범 회장 개인의 관심과 취향이 반영돼 지어진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미술관을 1년 동안 개관하지 못한 것 또한 개인사와 연관이 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조현범 회장은 미술관이 완공된 즈음 사법 리스크 위기에 직면했다. 조현범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타이어 측은 성북동 미술관에 대해 "(조현범) 회장님께서 구속 중이셔서 (관리가) 중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범 회장은 현재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조현범 회장. /박헌우 기자

조현범 회장이 복귀하더라도 빠르게 미술관 개관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형량과 별개로 사법 리스크 부담을 안고 있는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시선 탓에 몸을 움츠리는 시간을 더 가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재벌가의 미술관 운영과 관련해 '유별난 취미 생활'을 넘어 '비자금 조성' 등 오해와 편견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미술관 개관을 굳이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문화 산업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재벌의 미술관 운영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비자금 스캔들 등) 과거 사례 때문에 상황에 따라 안 좋게 비칠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고가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약 75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하고 2014년 2월~2017년 12월 계열사 MKT로부터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몰드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27일 구속 기소됐다.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경영이 부실한 것을 알면서도 지인의 회사에 50억 원의 회삿돈을 빌려준 혐의도 있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8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보석을 청구했다. 당시 조현범 회장은 "잘못과 안일함으로 물의를 일으켜 정말 죄송하다"며 "회사 업무를 이어가기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어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보석 청구에 대한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현범 회장은 배임수재 등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기간이 6개월 연장된 상태로, 앞서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추가 구속 기간 내 보석 사유가 있다면 재판부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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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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