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진우]휴민트 구축에 최소 5년… 대북 휴민트 흔들면 안돼

신진우 정치부 차장 2023. 10. 16. 23: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청와대 핵심 참모가 직원들을 불러 질책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이 참모는 "MB 집권 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역량이 떨어졌다"며 "이게 결국 화근이 돼 가장 필요할 때 휴민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에 이스라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대북 휴민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눈을 가장 크게 떠야 할 때 눈을 감고 있잖아요. 이게 맞아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 청와대 핵심 참모가 직원들을 불러 질책했다. 당시는 북한 통치자인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오락가락하던 상황, 후계자 김정은도 수면 위로 나와 활동 영역을 넓혀 가던 시점이었다. 어느 때보다 대북 정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그때, 정작 정보 당국의 북한 핵심층 관련 동향 보고들은 번번이 빗나갔다. 청와대 참모의 질책은 이를 참다못해 나온 한마디였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이 참모는 “MB 집권 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대북 휴민트(HUMINT·인적 정보) 역량이 떨어졌다”며 “이게 결국 화근이 돼 가장 필요할 때 휴민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장이 교체됐다. 국정원 인력도 대거 물갈이됐다. 이 같은 국정원 쇄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리뷰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이런 말이 자주 나왔다. “대북 정보 수집 역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특히 대북 휴민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역량의 핵심은 정보 수집인데 문재인 정부 땐 대북 지원 파트에 무게가 너무 실렸다”며 “이를 바로잡는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국가 안보가 휘청거리면서 대북 휴민트 이슈는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계 최고 첩보기관으로 꼽히는 이스라엘 모사드는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허를 찔렸다. 이 ‘정보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휴민트의 오작동이 대두됐다. 이에 이스라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대북 휴민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보 당국자는 “시긴트(SIGINT·신호정보)나 이민트(IMINT·영상정보)가 아무리 좋아져도 휴민트를 간과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기술 발전으로 사진 해상도가 높아지고,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을 만큼 감청 능력이 발달해도 사람이 직접 확보한 ‘살아 있는’ 정보의 필요성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공군과 해군의 비중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상군이 전장의 핵심인 것과 같은 이치”라고도 했다.

이스라엘 사태를 지켜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발사장 등 주요 거점이나 이란 등 북한 우방국 등을 중심으로 우리 휴민트를 점검·강화할 방침이다. 정보 당국이 대북 휴민트 강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동안 북한 내 급변사태 등 핵심 정보가 휴민트를 통해 확인된 사례는 손에 다 꼽기 힘들다. 똘똘한 휴민트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5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정권이 교체돼도 휴민트 관련 인력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미 정보 당국의 불문율이라고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대북 협력 강화를 이유로 애써 구축한 휴민트를 흔드는 건 위험하다. 애써 쌓은 둑을 스스로 무너뜨려선 안 된다.

신진우 정치부 차장 nicesh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