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鬪技위기, 해병훈련이 답이라니

정필재 2023. 10. 1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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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기인 만큼 다시 조명해 봐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열린 국가대표 선수단 해단식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오랜 세월 국제대회에서 효자 종목 역할을 맡아 왔던 레슬링이나 유도 등 투기 종목이 부진했다고 아쉬워했다.

정말 해병대 극기훈련에 참여하면 기량도 향상되고 정신력도 강해질 수 있을까.

해병대 훈련 같은 발상이 어쩌면 아이가 귀한 이 시대에 투기 종목으로 유입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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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기인 만큼 다시 조명해 봐야 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열린 국가대표 선수단 해단식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오랜 세월 국제대회에서 효자 종목 역할을 맡아 왔던 레슬링이나 유도 등 투기 종목이 부진했다고 아쉬워했다. 레슬링이나 유도가 가져다주는 메달의 숫자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1990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1개를 가져올 정도로 강력했던 한국 레슬링은 이번 대회에서 13년 만에 ‘노골드’에 그쳤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등 13개의 메달을 안겼던 유도에서도 금메달을 단 1개 획득한 게 전부였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이 회장은 메달 숫자가 줄어든 이유를 저출산과 연결했다. 인구가 줄면서 선수로 뛸 사람 숫자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전국체전을 통해 선수가 육성되고 발전해 나가야 하지만 지방에 팀도, 선수도 없다”고 토로하면서 “조금 더 과학적이고 데이터에 의한 방법으로 접근해 당면한 파리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할지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이가 귀한 이 시대에서 부모는 자녀가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길 원한다. 운동을 시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목을 선택하고, 경기 중 부상 위험이 있는 스포츠는 꺼린다. 이 회장 역시 투기의 성적을 언급하면서 어린 선수들이 거친 종목보다 멘털 스포츠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흐름까지 정확하게 짚어냈다.

여기까지는 완벽했다. 해결책이 문제였다. 이 회장은 오는 파리 올림픽을 맞아 1월 진천선수촌 입성 전 정신력 강화를 위해 다 같이 해병대 극기훈련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병대 극기훈련이 데이터에 따른 과학적 훈련일까. 정말 해병대 극기훈련에 참여하면 기량도 향상되고 정신력도 강해질 수 있을까.

1990년대 뉴스에는 ‘시즌을 마친 프로야구 선수들이 어떤 동계훈련을 받는지’가 소개됐다. 보도 속 선수들은 감독의 지휘에 맞춰 눈 덮인 산길을 맨발로 뛰어올라갔고, 속옷만 입은 이들이 파도가 일렁이는 겨울 바다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상의를 벗은 선수들이 통나무를 들고 있는 사진이나 얼음을 깨고 계곡물에 들어가는 장면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부상의 위험은 둘째치고 실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 ‘농구 제왕’ 르브론 제임스가 이런 훈련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각 종목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훈련할 뿐이다. 김연아는 두 번의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촌에 들어가는 대신 별도의 숙소에서 지내며 대회를 준비했다. 박태환 역시 전담팀과 함께 호주에서 훈련하면서 국제대회 성적을 냈다.

필요한 건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는 일이다. 선수가 귀한 시대에 선수들이 원하는 운동을 하면서 의욕을 높여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해병대 훈련 같은 발상이 어쩌면 아이가 귀한 이 시대에 투기 종목으로 유입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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