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산불, 헬기 5대 잠잤다…“의심쩍은 보증서 재확인도 안해”

박진수 2023. 10. 1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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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식목일을 앞두고 초대형 산불이 잇따라 전국을 휩쓸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산림청 헬기 5대가 진화 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헬기 부품의 위조 논란 때문이었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박진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4월 2일부터 사흘간 충남 홍성 등 50여 곳에서 산불이 잇따랐습니다.

역대 최초로 전국 5곳에서 '산불 3단계'가 동시 발령됐던 그때, 가장 부족했던 건 산불 진화 헬기였습니다.

[정철호/산림청 대변인/2023.04.03. KBS 뉴스9 : "헬기를 배치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산림청 헬기 5대가 진화작업에 투입되지 못했습니다.

모두 러시아산 KA-32 기종, 회전날개에 들어가는 결빙방지 부품이 문제였습니다.

2020년 산림청은 해당 헬기 5대의 부품을 교체합니다.

국내 회사가 러시아 부품 제작사의 보증서를 근거로 계약을 따내고, 실제 수리는 러시아가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올해 3월 부품 제작사 측은 당시 보증서가 위조됐다고 통보합니다.

해당 부품을 인가받은 다른 부품으로 교체하는 닷새간, 헬기 5대는 격납고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산림청의 안일한 일 처리도 문제입니다.

러시아 제작사는 입찰 당시 '보증서가 위조됐다' '위조된 사실이 없다'는 문서를 하루 차이로 연달아 보냅니다.

이런 의심스러운 상황이 있었지만, 당시 산림청은 러시아 측에 전화 한 통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 입찰 규정에도 재확인 절차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안호영/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 "하루 사이에 말이 바뀌는 러시아 회사를 정부가 안이하게 너무 믿었고, 그 결과 대형 산불로 국민이 피해를 입을 때 헬기 다섯 대가 가동되지 못했다는…"]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 48대 중 29대가 문제가 된 KA-32 기종, 경제제재 탓에 러시아에서 부품을 들여올 수 없기 때문에 예비부품이 떨어지면 추가로 운항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KBS 뉴스 박진수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김재현/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채상우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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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기자 (realwa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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