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제거하되 가자지구 점령 안돼”…가이드라인 제시한 바이든
● “바이든, 이번주 이스라엘行 검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잔혹 행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면서 하마스를 지목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악(惡) 그 자체(sheer evil)’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파괴”를 선언한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하마스를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극단적인 요소들이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 완화도 주문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무고한 사람들이 의약품과 식량,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스라엘도 압박했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이날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하마스를 처음으로 규탄했다. 앞서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압바스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를 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변하지 못하는 하마스를 규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초청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시점을 이번 주 후반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폭적 지원을 위한 선결조건을 이스라엘에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란, 헤즈볼라에 개입 명분 줄라’ 분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재점령 반대,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 등이 전쟁 개입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줄여 확전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계속 지원해 왔으나 최근 이스라엘 공격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는지 직접 증거는 없다”며 이란에 대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갔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전쟁까지 불거지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해 이란과 헤즈볼라가 직접 나서는 일은 막아야 하는 셈이다. 질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 화답하듯 “우리는 가자지구 점령에 관심이 없다”고 미 CNN 방송에 말했다.
중동에 급파돼 이스라엘을 비롯해 여러 아랍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다시 이스라엘을 방문해 인도주의적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과 다른 국가들이 가자 주민에게 원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 개방을 비롯해 주변 국가들과 협상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또 ‘중동 인도주의 특사’로 데이비드 새터필드 전 주튀르키예 대사를 임명해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 모색을 주문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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