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슬림 혐오범죄가 앗아간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

집주인이 흉기 공격…바이든 “끔찍한 혐오 행위” 비판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교에서 혐오범죄로 숨진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팔레스타인계 모자가 혐오범죄의 표적이 돼 6세 소년이 숨졌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일리노이주 윌카운티 보안관실은 팔레스타인계 아동과 그의 어머니에게 흉기를 수십차례 휘두른 71세 남성 조지프 추바를 검거해 혐오범죄,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추바는 모자가 세 들어 살던 주택의 집주인으로, 중동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전했다.

CAIR이 소년의 부친으로부터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추바는 지난 14일 피해자들의 집 문을 두드린 뒤 소년의 모친이 문을 열어주자 “무슬림은 죽어야 돼!”라고 소리치며 그의 목을 조르고 흉기로 공격을 시도했다.

모친은 가까스로 화장실로 도피해 911에 신고했고, 잠시 뒤 화장실 밖으로 나와 6세 아들이 흉기에 찔린 것을 발견했다. 소년은 26군데 자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모친도 흉기 공격으로 10여군데 심하게 상처를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두 피해자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공격했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일주일 동안 유대인과 무슬림 공동체 모두를 겨냥한 위협적인 발언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FBI는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하마스와 다른 단체들이 현 전쟁을 이용해 미국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거나 음모를 벌일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 “질(대통령 부인)과 나는 충격을 받았고 진저리가 났다”며 유족과 팔레스타인인, 아랍인,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에 위로와 기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팔레스타인 소년의 무슬림 가족은 평화롭게 살고 배우고 기도할 피난처를 찾아 미국에 왔다”며 “끔찍한 혐오 행위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이슬람교에 대한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