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지상전 땐 전쟁 장기화…세계 경제 ‘파편’ 맞는다

전문가 “시가전 수렁 빠질 것”…민간인 대량 학살 가능성도
이란 참전 땐 ‘오일쇼크’ 전망…세계 GDP도 1%P 하락 예측

꽉 막힌 국경 열리기를 기다리는 구호트럭들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자지구로 보낼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들이 16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알아리시에서 가자지구 라파로 들어가는 국경통로가 개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예고하면서 전쟁 파장이 중동을 넘어 세계로 파급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일으킬 파장을 좌우할 열쇠는 장기화와 확전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시작한다면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민간인 피해가 커질 경우 확전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란 등 주변국이 참전하게 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GDP)이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시됐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오랜 기간 질질 끌려다닐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하마스가 파놓은 지하터널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겪게 될 큰 난제로 꼽힌다. 하마스는 2005년부터 가자지구 지하에 깊이 30m 이상의 땅굴 네트워크인 ‘가자 메트로’를 파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물처럼 퍼져 있는 땅굴 진출·입로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게릴라전에 맞서야 한다. 마이크 멀로이 전 미국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IDF는 하마스보다 우수한 군대, 무기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가전에서 하마스가 매우 효율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퇴역 미 해병대 장군 케네스 프랭크 매켄지 주니어는 “이스라엘군은 예측 불가능한 시가전의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아랍센터의 유세프 무나예르 선임연구원은 “결국 지상전이 민간인 대량 학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참전 빌미가 되고, 결국 미국을 함정에 빠뜨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1973년 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 당시 소련의 지원을 받은 이집트와 시리아가 남·북에서 이스라엘을 협공했다. 그러나 현재 시리아는 오랜 내전으로 전면전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이집트는 파산 직전이다. 이스라엘은 동쪽 요르단과 남쪽 이집트와는 평화조약을 맺고 있다. 북쪽으로 국경을 접한 레바논이 유일한 위협이지만, 레바논 또한 2020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을 선언한 뒤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져 있다.

변수는 이란이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에 연간 약 1억달러(1354억원) 규모의 후원을 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고 전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레바논), 카타입헤즈볼라(이라크), 후티 반군(예멘) 등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견제하기 위해 종파가 다른 하마스(이슬람 수니파)에도 자금·무기 지원을 해왔다. 다만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수니파인 하마스의 직접적인 대리인으로 나서기엔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

외신들은 이란의 참전 확률을 낮게 점치면서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 13일 이번 전쟁의 경제적 여파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이란전으로 확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는 ‘오일쇼크’가 올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내년도 세계 GDP는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포린폴리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해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와중에 중국이 이란산 석유 구매량을 늘리면서 그간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조절해온 기름값 공식이 흔들려 불확실성은 더 높아졌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행정부가 외교전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에 유가 오름세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중동 지역 불안으로 유가가 한동안 평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결국 세계 경제에 지속적인 압력을 줄 것이라고 포린폴리시는 전망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