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산하기관에서조차 ‘직장 내 괴롭힘’ 만연했다

조해람 기자 2023. 10. 1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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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지역지사서
폭언·욕설한 관리자 중징계
산재병원선 ‘응급실 화투판’
“공무원 조직문화 개선 시급”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공익은 물건이야. 사람 아니야. 너무 잘해주지 마.”

근로복지공단 지역 지사의 한 직원이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과 친근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부장 A씨에게 들은 말이다. A씨는 평소 다른 직원들을 두고도 “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대학을 나왔다” 등 험담을 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습관적으로 폭언을 했다. 부하 직원들은 결국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기관에 신고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에서조차 직장 내 괴롭힘 등이 계속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부터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감사결과 처분요구서를 보면,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 사유로 중징계를 의결했다.

A씨의 폭언·괴롭힘은 2019년부터 2021년 중반까지 이어졌다.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험담은 물론, 부하 직원이 없을 때 다른 직원들에게 다 들리도록 “듣보잡 대학 나왔다. 인서울(서울 내) 대학도 안 나온 게” 등 흉을 봤다. 여성 직원을 두고는 “남편이 능력 없어서 회사 다니는 것”이라 하고, 계약직인 일자리심사원을 두고는 “저것들, 내가 내년에 못 들어오게 막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상대로도 폭언과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한 직원이 전 부장의 인사이동을 슬퍼했다는 이유로 “너 B부장 간다고 울고 XX을 했다며”라며 “왜 XX이야, 그렇게 좋으면 따라가든가”라고 했다.

직원들을 감시·통제하려고도 했다. A씨는 한 직원이 지사장과 면담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폐쇄회로(CC)TV로 누구인지 확인해봐야겠네”라고 말하고, 부속실 관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어떤 이야기로 면담하고 있는지 물었다.

A씨는 감사심의위원회에 발언 다수를 부정하거나 ‘혼잣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감사심의위는 “동료 직원 다수의 일치된 진술과 녹취파일을 통해 폭언, 비방, 험담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만장일치로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산재병원에서 코로나19 시기에 ‘단체 내기 고스톱’을 친 사례도 적발됐다. 근로복지공단 중앙인사위원회의 징계의결서를 보면, 공단 산하 한 산재병원에서는 2020년 2~6월 간호사 8~9명이 참여하는 ‘화투판’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내기 고스톱은 2019년쯤부터 시작됐는데, 이 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1차 지정된 2020년 2월29일~4월28일에도 이어졌다. 간호사들은 근무시간에 응급실에서 주로 내기 고스톱을 벌였다. 중앙인사위는 내기 고스톱을 주도한 간호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중앙인사위는 “행위 빈도가 높지 않고 현물거래도 소액이었다”면서도 “사회 통념상 특히 병원 응급실에서 허용될 수 있는 단순 오락행위로 보기 어렵고 명백한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과 조직문화 개선을 담당하는 노동부 산하기관에서 이 같은 부적절한 사건들이 계속 벌어진다는 것은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노동부 산하기관부터 모범을 보여야 다른 기업들의 조직문화 병폐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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