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해외 보고서 번역 출간하며 ‘MBC 언급’ 쏙 뺐다
‘가장 신뢰받는 뉴스 MBC’ 등 담긴 ‘한국 현황’ 통째로 제외
재단 “신뢰도 문제 될 수 있어”…임오경 의원 “정권 눈치보기”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해외 저명 연구소에서 발간한 언론 현황 보고서를 번역·출간하면서 “MBC가 신뢰도 1위”라는 내용이 포함된 영문 설명을 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재단은 지난 6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펴낸 ‘2023 디지털뉴스리포트(원문 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해 지난달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한국 보고서)’을 발간했다. 한국 보고서는 한국 언론 현황을 상세하게 기술한 ‘한국 조사결과 분석’과 각국의 언론 상황이 담긴 ‘국가별 현황’ 등 두 가지 목차로 구성됐다.
원문 보고서 ‘국가별 현황’ 한국 부문에는 “가장 신뢰받는 개별 뉴스 브랜드는 한국의 공영 방송사인 MBC로 지난해 대비 유의미한 증가세를 보였다. YTN·KBS·SBS·JTBC 순으로 주요 방송사들이 뒤를 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MBC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47%였던 신뢰 응답이 올해 58%로 늘어 10%포인트 이상 신뢰도가 급등했다.
그러나 재단이 번역한 보고서의 ‘국가별 현황’에선 한국 부분이 통째로 빠졌다. ‘한국 조사결과 분석’ 부문에도 MBC를 비롯해 주요 방송사들이 신뢰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영문판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반면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언론사별 신뢰도는 모두 옮겨졌다.재단은 2020~2022년에는 ‘국가별 언론 현황’에서 한국 부문을 별도 번역했고, 언론사별 신뢰도도 공개했다.
재단이 지난 5월부터 운영 중인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두고 재단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경향신문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제179차 이사회 서면의결서를 보면, 재단이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 설립을 골자로 하는 조직 개편안을 의결할 당시 김웅규 이사(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는 “연간 사업계획에 없었고 예산도 배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당시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포함한 조직개편안은 찬성 7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통과됐다.
재단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연구원 간 논의 과정 중 ‘한국 보고서에 한국 페이지가 별도로 들어가 있는 게 이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신뢰도 순위가 자사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니, 번역 시 순위 활용을 유의해달라’는 의견을 냈고, 내부에서 신뢰도 부분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임 의원은 “질병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를 의도적으로 비공개하듯 재단도 정권 눈치를 보는 게 아닌가”라며 “언론 ‘진흥’이 아닌 ‘통제’가 윤석열 정부에서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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