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트럭이 주검 가득 영안실로…신은 어디에 있는가
시내 병원은 ‘시신 포화 상태’
장례 없이 수백구 집단 매장
사망자 60%가 여성·어린이
물·전기·의약품 공급 끊기며
살아남은 이들도 생존 위협
물도, 전기도, 의약품도 없는 가자지구에서 지금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는 시신을 안치할 공간이다.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흐에 위치한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은 시신 안치소가 가득 차 일부 시신을 아이스크림 냉동 트럭에 옮겨 보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 그려진 아이스크림 냉동 트럭은 이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파괴적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의 임시 영안실이 됐다”고 전했다. 알아크사 병원의 의사 야세르 알리는 “넘쳐나는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냉동고를 들여왔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텐트에 수십구의 시신을 둔 상태”라고 말했다. 북부 가자시티에서 가장 큰 병원인 시파 병원도 시신을 보관할 곳이 없어 100여구의 시신을 장례 절차 없이 집단 매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9일째를 맞이한 이날 양측의 사망자는 가자지구 2670명, 이스라엘 1500여명으로 4000명을 넘어섰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대량 학살로 시작된 전쟁이지만,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이스라엘 사망자 숫자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가자지구의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지난 9일부터 가자지구의 전기와 식수, 식량, 가스 공급을 차단하면서 가자지구 주민 다수가 현재 심각한 탈수 증세를 겪고 있다.
병원 사정은 더 심각하다.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밀려들고 있지만 식량과 연료 등 보급품 부족으로 병원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연료와 보급품 고갈로 조만간 수천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란민이 몰리고 있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이 공습으로 다친 3세 미만의 어린이 환자들로 가득 차 있지만 현재 남아 있는 발전용 연료는 16일까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병원의 고문 의사 모하메드 칸델은 연료가 바닥나면 “전기가 끊기면 이곳의 환자들 모두가 죽음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이다. CNN방송은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60%가 여성과 어린이였다고 보도했다. 유엔아동기금에 따르면 충돌 일주일 만에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7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450명이 부상당했다. 유엔조차 더 이상 구호활동이 불가능하다며 철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 지상군의 공격이 시작될 경우 민간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며 주민 110만명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동이 어려운 환자나 노인, 임신부, 장애인 등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내 인도적 위기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이스라엘은 16일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을 퍼 올리는 데 필요한 전력이 복구되지 않아 주민들이 물을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이스라엘 측 관계자는 가자지구에 식량, 물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인도주의 구역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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