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북부 60만, 목숨 건 피난 행렬…몸 하나 누일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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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거듭 대피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거주하던 110만명 가운데 60만명가량이 남쪽을 향해 목숨을 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이 언급한 '휴전'(ceasefire)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자체를 중단하는 게 아니라 라파흐 통로를 개방해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하는 시간에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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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못 구한 사람들 거리로 쏟아져”
물·식량 끊기고 지역병원 마비 직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거듭 대피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거주하던 110만명 가운데 60만명가량이 남쪽을 향해 목숨을 건 피난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스라엘·이집트가 가자지구와 외부를 연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라파흐 검문소를 개방하고 휴전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예정된 시간에 검문소는 열리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각) 가자시티를 포함한 가자지구 북부에서 60만명이 남쪽으로 피난길을 떠났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앞서 전날인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는 48시간 동안 40만명이 피난을 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엔 직원들은 물·식량 등의 공급이 끊긴 가운데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길에 몰리면서 ‘거대한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가자지구 남부에 도착해도, 달라지는 것은 많지 않다. 가자지구 남부에 며칠 새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육박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비비시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로 향하는 사람들을 취재한 기사에서 “(남부 쪽) 도시는 인구가 하룻밤 새 두배로 늘어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모든 방, 골목, 거리에 사람들이 들어차 더 갈 곳도 없다. (방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부 지역에서 쏟아진 피란민들이 남부 칸유니스로 몰려들며 이 지역 병원들이 마비 직전 상황에 몰렸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 도시의 나세르 병원이 운영하는 집중치료실은 3살 미만 영유아들로 가득 찼다. 이 병원의 고문 의사 무함마드 칸딜은 지금도 부상자들이 몇백명씩 몰려들고 있다면서 16일이면 비상 발전기 가동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망자들이 계속 늘면서 주검 처리에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북부 가자시티에서 가장 큰 병원인 알시파 병원은 주검 안치소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긴급 조처로 주검 100구를 집단 매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부 지역의 도시 데이르알발라흐에 있는 알아크사 순교자 병원은 넘쳐나는 주검을 수용하기 어렵자 주검을 아이스크림 트럭에 보관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15일까지 가자지구 사망자는 최소 2670명이고 부상자는 9600명에 이른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두명의 이집트 안보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세 나라가 라파흐 검문소를 개방하면서 오전 9시(한국시각 오후 3시)부터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고 전했으나, 이 시간에 검문소는 열리지 않았다.
통신이 언급한 ‘휴전’(ceasefire)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자체를 중단하는 게 아니라 라파흐 통로를 개방해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하는 시간에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자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보여주듯 전쟁의 한쪽 당사자인 하마스는 이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가자지구 내 외국 국적자는 라파흐 검문소가 열리면 이 검문소를 통해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검문소 주변에는 이중국적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편, 레바논과 접해 있는 이스라엘 북쪽 국경 지역에선 헤즈볼라·하마스 등의 소규모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제2전선’을 열기 위해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이날 레바논과 국경을 접한 북쪽 4㎞ 지대를 폐쇄군사지대로 선포하고 민간인의 출입을 금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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