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보복공습 비난 여론에…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저울질
이 “남부 물 공급” 여론 반전 시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저울질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악화하는 국제사회 여론에 직면하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가 습격을 규탄했던 일부 국가들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봉쇄 수위가 높아지자 우려를 표하며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 등 우군 만들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5일(현지시간) 전쟁 발발 후 첫 각료회의를 열고 “하마스는 우리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부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이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통로’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습을 일시 멈추기로 했다는 미국 측의 발표에 대해서도 곧바로 “휴전은 없다”며 부인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고 물과 식량 등 인도주의 차원의 보급마저 모두 끊기자 이스라엘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아랍연맹(AL)과 아프리카연합(AU)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지상 작전 전개는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바이든, 이스라엘 방문할 듯
양측의 충돌 이후 중립 견해를 유지해온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면서 “이스라엘 대응은 정당한 자기방어를 넘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국가와 국제단체가 20개가 넘는다면서 “인종청소 행위를 저질러온 이스라엘의 지난 75년간 누적된 야만성이 지금의 하마스 행동을 촉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은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에너지장관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며 “민간인들이 가자지구 남부로 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한 구애도 이어갔다. 이스라엘 총리실 관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대의 의미를 담은 방문을 제안했다”며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찾는 첫 외국 정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도 AP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내로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조차 이날 공개된 미 CBS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등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이스라엘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이스라엘의 상황을 이용하는 하마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처럼 하마스가 선제공격을 하더라도 전력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맹폭하면 국제사회가 우려를 제기하고, 휴전 협상 끝에 결국 하마스는 절멸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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