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에 숨은 ‘역사문화’ 새록새록
지역 공립 박물관 역할 중요성 환기…“도시 품격 높이는 일”
“지금 도로인 이곳이 옛날에는 해자 역할을 하던 하천이었어요.”
지난 11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정문 인근 인도에서 시민 10여명이 전문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고문헌 속 지도와 현재 지형을 가리키며 강사가 달성토성에 관해 설명하자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하며 경청했다. 시민들은 토성의 경계를 따라 반바퀴를 걷고 성곽 안에서 대구의 전근대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마치 가을소풍을 나온 듯 참가자들은 달성공원에 얽힌 기억과 추억을 공유했다. 시민 배영활씨(63)는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아 답사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직접 눈으로 유적들을 보며 설명까지 들으니 유익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올해 시민을 대상으로 향토 역사를 알리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구향토역사관은 올해 처음으로 대구의 전근대사를 중심으로 ‘달구벌 역사문화 알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선사시대 대구지역 사람들과 마을’ ‘달성공원 가이즈카향나무 누가 심었을까?’ 등을 주제로 지난 2월부터 시민 100여명을 대상으로 6차례 전시·강의·현장 답사 등이 이뤄졌다. 오는 25일에도 ‘고분으로 살펴보는 고대 대구지역‘을 주제로 강좌가 열린다.
대구향토역사관은 지난 11일 현장 답사를 통해 고대 달구벌국의 형성과 세력 범위, 발전 과정, 지배구조, 신라 편입 과정 등이 대구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렸다. 공원으로 조성된 달성토성의 경우 시민에게는 동물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대 달구벌국의 중심지로 사적으로 지정된 국가 문화유산이다.
주최 측은 “과거 한양·평양과 함께 한반도 3대 도시였던 대구의 전근대사는 그 자체로 매우 의미가 있고, 그 이후의 발자취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토역사관 등 대구지역 공립 등록박물관을 총괄하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 이제는 박물관’을 올해 구호로 삼았다. 공연 등 다른 문화 분야에 비해 도시의 역사를 시민에게 알리고 소통해야 하는 박물관이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현재 대구지역 공립 등록박물관의 시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시각이다.
가령 1997년 문을 연 대구향토역사관은 과거 대구의 역사 전반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후 각종 전문박물관이 생기면서 전시 분야가 나뉘었다. 이에 발맞춰 상설전시실 개편과 시설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했지만 시기를 놓치면서 낙후됐다는 것이다.
신형석 박물관운영본부장은 “박물관은 해당 도시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공간”이라며 “관광 분야 못지않게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차원에서 박물관을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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