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2비트 정부’의 탄생
컴퓨터는 0과 1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회로에 전류를 통과시키면 1이고, 끊으면 0이다. 결과가 0이나 1 둘 중 하나일 때 이 정보량을 ‘1비트(bit)’라고 부른다. 정보의 최소 단위다. 0과 1밖에 모른다니 어쩌면 바보 같지만, 컴퓨터는 0과 1을 무한히 연속·반복처리함으로써 인간도 뛰어넘는다.
‘비트’는 정보이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컴퓨터과학자 클로드 섀넌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그는 불확실성을 기준으로 정보량을 계산했다. 어떤 일이 흘러갈 가짓수가 적으면 예측이 쉽기에 정보량은 적다. 반대로 경우의 수가 많다면 불확실성이 커져서 정보량이 많아진다. 섀넌은 확률에 밑이 2인 로그(log)를 취한 뒤 양수로 바꿔서 정보량을 산출하는 공식을 만들었다. 1비트의 정보량을 계산하면 확률이 50%이니 딱 1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을 ‘2MB 정부’라고 비꼬던 시절이 있었다. 메가바이트(MB)의 100만배가 넘는 테라바이트(TB)급 하드디스크가 나왔던 당시에, 처리 용량이 2메가바이트밖에 안 된다는 멸칭이었다. 그런데 1메가바이트만 해도 800만비트가 넘으니 대단한 정보량이다.
별안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겠다며 낡은 이념 투쟁에 심취해 있는 윤석열 정부를 지켜보니, 이제 2MB를 넘어 ‘2bit 정부’의 탄생을 목도할 수 있겠구나 싶다. 공산전체주의냐 자유민주주의냐, 가짜뉴스인가 진짜뉴스인가.
윤석열 정부가 몰두하고 있는 이런 적과 동지의 이분법적 논리는 확률이 50%다. 딱 1비트인 셈이다. 여기에 윤 대통령(혹은 측근)의 마음에 드느냐, 들지 않느냐라는 50%의 확률을 추가한다면 ‘2bit 정부’쯤 되겠다. ‘이명박 정부 시즌2’로 불리는 윤석열 정부이기에 명칭의 창조적 계승도 가능하니 일석이조다.
컴퓨터과학 이론 중에 탐색과 이용의 상충관계(explore-exploit trade-off)라는 것이 있다. 새로운 영역에서 정보를 탐색해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이용만 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다. 탐색을 하면 실패 확률은 있지만 새로운 최적값을 얻을 수 있다. 이용만 하면 실패는 적지만 그저 그런 값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검증된 맛집만 갈 것인가, 새로운 식당에 도전해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다.
이분법 자체는 탐색이다. 컴퓨터도 1비트부터 시작해 무한대로 탐색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걸 딱 두 번만 한다는 게 문제다. 정보량이 극히 적다. 최적값을 얻을 리 만무하다. 내놓는 주요 공직자 후보만 봐도 한결같이 ‘이용’에만 몰두했음이 보인다. 하나같이 예상을 뛰어넘는 자격 미달의 인물을 기가 막히게 골라낸다. 추가 ‘탐색’ 없이 ‘내 편’과 ‘적’만 가리고, 그거면 만사 ‘오케이’라서 그럴 것이다.
시인 김수영은 ‘김일성 만세’를 외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썼다. 오늘날 대로변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쳤다간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기 전에 안쓰러운 시선을 먼저 받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경계하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이 존재한다면, 그 현주소가 그렇다. 시대착오적 종북세력이 위험할까, 아니면 온갖 권한이 집중돼 있는 ‘2bit 정부’가 더 위험할까. 2bit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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