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도적:칼의 소리’ 이현욱 “일본 공개? 역사적 감정과 문화는 달라”[스경X인터뷰]
어느 새부터 어느 작품에든 배우 이현욱의 모습이 보이면, 차가우면서도 서늘하고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 그랬다. ‘쓰리 데이즈’의 킬러, ‘타인의 지옥’ 유기혁,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이재신, ‘마인’ 한지용 등은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이현욱은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도적:칼의 소리’(이하 도적)에서는 일본군 장교 이광일 역을 연기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악역 역사 정점이면서, 새로운 경지에 도전하는 과제였다. 일본 이름 미우라 쇼헤이의 이 인물은 노비였던 주인공 이윤(김남길)의 과거 주인집 도령이었으며, 극 중에서는 이윤의 도적단 토벌만을 바라는 야망 캐릭터였다.
“대본을 보고 처음 느꼈던 감정은 ‘큰일 났다’였어요. 정말로 센 설정이었거든요. 엄청 잔인한 시작이었죠.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였는데 자신의 노비였던 이윤과는 면천해서 친구로 지내는 설정이었어요. 동경하기도 하고, 믿고 싶고, 닮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노비였던 거죠. 소중한 사람의 변화에 분노하는 나름의 서사가 있었어요.”
역시 김남길과 마찬가지로 이현욱 역시 시즌 1에 마저 다 담기지 못한 서사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현욱의 이야기처럼 이광일은 조금 더 다층적인 캐릭터였으며 서사를 위해서는 분량이 더 필요했다.
“만일 이광일이 100% 냉혈한이라면 자신의 밑에 있는 태주(고규필)도 죽여야 하고, 이윤도 죽이고, 남희신(서현)의 경우도 독립군인 걸 알았을 때 죽여야 했지만, 인간성을 고민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을 더 잘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김남길의 액션 장면처럼 이현욱 역시 일본군으로서 일본어 대사를 처리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극 중 조선인으로서 상관에게 “일본어를 흉내 내지 말라”는 핀잔을 듣는 캐릭터였던 만큼 절정의 실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어 문장에 우리말의 억양을 써서 어색하게 만들어나갔다.
“오오카 영사를 연기한 정무성 선배가 재일교포세요. 요코하마에 집이 있어서 일본어 여러 부분을 알려주셨죠. 촬영이 끝나고는 배우들과 함께 그 선배의 도움으로 일본여행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낙마 트라우마가 있어서 말 타는 장면이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많이 도와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 액션이요? 저는 명령하고 총쏘기만 하고, 부하들이 피신시켜줬는걸요.(웃음)”
오히려 그런 기술적인 연기보다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우려는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예전처럼 우리나라 안에서만 우선 소비되는 작품이었다면 상관없었겠지만,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에 방송되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본다. 일본 쪽의 순위도 높긴 했지만, 일본 진출을 염려하는 시선이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뭐 그런 진출에 대한 요청도 없었는걸요.(웃음) 정치와는 별개로, 문화적으로는 이질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본 활동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그래도 역사적인 감정과 문화에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기회가 있어서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굳이 애써 노력하고 싶진 않아요.”
최근 그의 작품에는 그를 이끌어줬던 선배의 존재가 하나씩 있었다. ‘마인’에서는 이보영이었으며, ‘블랙의 신부’에서는 김희선이었다. ‘도적’에서는 김남길의 도움과 응원을 받아 가며 촬영했다. 촬영 당시 날씨가 추웠던 탓에 강원도 철원 촬영에서는 영하 12도의 추위도 겪었다. 어려운 환경이라 우애는 더욱 컸다.
“작품을 할 때마다 흔히 말하는 당대 최고의 선배들과 함께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의 느낌이었는데 연기의 방향도 제시해주시고 저도 뜻깊게 들은 말씀이 많았죠. 여러가지 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이현욱은 한때 번아웃으로 일본 유학을 생각하는 등 어려운 시기도 겪었지만, 악역들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피워내며 지금까지 왔다. 그가 생각하는 연기는 다른 게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을 탐구하는 일. 그런 일이 좋기에 그는 당분간 연기보다 더 좋은 일을 찾기는 힘들 것 같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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