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경기 안 뛰었는데도 군 면제?”…국감 오른 ‘병역특례’
[KBS 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얼마 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막이 내렸죠.
우리나라는 42개의 금메달을 포함, 190개의 메달로 종합 3위를 기록했습니다.
메달 하나하나에 선수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기뻐했던 시간이었는데요.
약 60년 전, 1962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의 금메달은 4개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급격히 늘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96개로 정점을 찍었는데요.
90년대 이후 대회마다 평균 65개의 금메달을 땄습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때마다 논란이 되는 건 다름 아닌 '병역특례' 문제입니다.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22명 가운데 20명, 야구대표팀은 24명 중 19명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는데요.
이 가운데 한 야구 투수는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않아 불공정 시비가 일기도 했습니다.
"병역 혜택을 받게 됐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 감사하다" 이번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했던 이런 발언이 주목받기도 했고요.
금메달을 딴 군 미필 선수들에게 국내외를 불문한 기자들의 병역 관련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는데요.
지난 13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병역특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임병헌/국회 국방위원/국민의힘/13일 : "야구, 축구의 경우는 선수를 짤 때 아예 (군) 미필자 중심으로 짜는 경향도 보이고 있는데, 아시안게임이 병역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우리나라에서 '병역특례' 제도가 도입된 건 1973년.
당시 낮았던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외국에서 크게 국위 선양을 한 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병역특례' 대상은 여러 차례 법 개정을 거쳐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자리 잡혔습니다.
'병역특례'가 생긴 직후 1974년에는 16개에 불과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 개수는 올해 480개를 넘었는데요.
특히 올해는 e스포츠나 각종 보드게임도 정식 종목에 포함되면서 이런 종목도 스포츠냐, 논란이 일기도 했죠.
또 체육 특기자 병역특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BTS 같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병역특례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데요.
국감에서 병무청장도 이런 여러 지적에 공감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성일종/국회 국방위원/국민의힘/13일 : "오스카에서 대상을 받았다. 그래미 음악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메리칸 빌보드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금 우리 청년 뮤지션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잖아요. 한류를 주도하고 있잖아요. 그러한 대회에서 상을 받는 거하고 형평성을 볼 필요가 있거든요."]
[이기식/병무청장/13일 : "이 제도를 만들 때 만들게 된 취지가 지금도 적합한지 이런 것들을 저희들이 살펴봐서 여기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50년 전, '병역특례'가 도입된 이유였던 '국위 선양'이라는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병역특례' 도입의 첫 수혜자는 1975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레슬링 양정모 선수였는데요.
70년대 병역 혜택을 받은 유일한 선수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아시안게임 때마다 수십 명의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고 있죠.
이런 가운데 오늘, 대중문화예술계도 "K-컬쳐, 한국의 대중문화의 국위 선양 정도가 체육인과 비교했을 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대중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차별 없는 병역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피땀 흘려 일궈낸 국제대회 입상이, '병역특례'를 위한 수단이라는 오명에 가려지기도 하는 현실. 우리나라는 어느덧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병역특례' 제도는 여전히 50년 전, 새마을운동을 하던 그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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