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41년 만에 착공될 설악산 케이블카
7~8월 설악산 중청에서 대청봉 오르는 길에 피는 바람꽃은 정말 장관이다.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담으면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바로 작품 사진이다. 대청봉에서 최단 하산 코스가 오색지구로 내려오는 길이다. 약 5㎞지만 3~4시간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내리막길이다. 이 길을 내려올 때마다 코스 선택을 후회하면서 케이블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시행 허가를 내주었다. 사업에 필요한 최종 허가여서 이제 착공만 남았다. 강원도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처음 추진한 것이 1982년이니 41년 만에 허가 절차가 끝난 것이다. 양양군이 작성해 보관 중인 관련 서류만 캐비닛 4~5개 분량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데만 8년 걸렸다. 산양(山羊)을 상징으로 내건 환경 단체 반대 때문이었다.
▶양양군은 당장 올해 안에 착공식을 열고 2025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구간은 오색지구에서 해발 1600m 봉우리인 끝청 부근까지 약 3.3㎞다. 8인승 케이블카 53대가 시간당 최대 825명을 15분 만에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단풍철에 하루 10시간 운행하면 매일 8250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험한 산을 오를 엄두를 못 내는 노약자들도 설악산 비경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에만 케이블카가 6000대 운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600대를 운행 중이라 케이블카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6%를 차지할 정도다. 스위스도 450대 운행하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서도 알프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일본도 31개의 국립공원 중 29곳에 40여 대의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을 보전하면서 동시에 케이블카를 관광을 살리는 동력으로 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제대로 만드는 일이다. 기왕 만드는 김에 올라가면 설악산 비경과 동해 바다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게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작 지점인 오색지구는 좁고 정상부인 끝청도 기본적으로 대청봉이 동해 전망을 가리는 곳이라 지금의 코스와 설계가 최선인지 논란이 여전하다. 우리나라 최고 명산인 설악산에 만드는 만큼 작은 지자체인 양양군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개입해 환경도 지키면서 국가적인 명소로 손색없도록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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