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곤의 재밌는 화약이야기]<5> 현대 로켓의 시조 화전(火箭)

강일 2023. 10.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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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로켓(rocket)은 쏘아 올리는 불꽃, 곧 불화살을 일컫는다. TV나 영화에서 사극을 보면, 불화살을 쏴 화공을 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직접 기름 적신 솜을 매단 화살을 쏘면, 대부분 불이 꺼지고 화살만 날아간다. 실제 불화살은 사극에서처럼 불이 붙어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심지에 불을 붙인 후, 그 화살이 날아가 물체에 박혀 화약통이 터지면서 불이 번지는 것이다.

화약무기 ‘화전’(火箭)은 화살 끝에 솜을 달아 기름에 적신 불화살과는 다르다. 최초의 화전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송나라 정사인 송사 '宋史 兵記'에 따르면 970년 병부영사 풍계승이 화전 제조법을 조정에 올렸다고 한다. 화염을 앞으로 뿜어내는 화창과 달리, 화약이 연소할 때 뒤로 뿜어내는 기체의 반작용으로 화살을 발사하는 것이다. 화약통이 연소할 때 생기는 추진력을 이용하는 무기다. 사실상 가장 ‘로켓’의 형태에 근접하다. 현대 중국어에서도 로켓을 일컬어 ‘훠젠(火箭)’이라 한다.

1000년에는 송나라 신위대장 당복은 자신이 만든 화전, 화구(火球), 화질려(火蒺藜) 등의 화기를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 1044년에 편찬된 송나라의 병서 '무경총요 武經總要'에서는 여러 종류의 화전을 소개하고 있다.

불화살(火箭)과 비화창의 업그레이드 모델인 다양한 화전 모습. 왼쪽부터 비창전, 비도전, 비검전. 화살촉의 모양이 각 창검처럼 생긴 게 특징이다. 화전의 위력을 조금이라도 강하게 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실험작들이다. [사진=유지곤 제공]

◇ 금나라(1115∼1234)와 몽골의 공성전을 좌우한 비화창

남송 연간 북중국을 지배하던 금나라에 전파된 화창은 더욱 성능이 강화됐다. 금나라는 로켓 형태로 개량한 화창을 비화창(飛火槍)이라고 불렀다. 대형 화전과 비슷하다. 초기 화전 중 하나인 금나라 비화창은 2.5m 길이의 대형 로켓이다. 주로 몽골 침입 때 사용했다. 비화창은 1232년 금나라가 몽골과 중원 쟁탈전을 벌이던 무렵 작열탄인 진천뢰(震天雷)와 함께 주요 병기로 사용됐다. 특히 다른 곳보다 수도인 중도(오늘날의 북경) 공성전 때 요긴하게 쓰였다.

칭기즈칸이 이끌던 몽골군은 진천뢰와 비화창의 위력에 놀라 초기에는 중도를 공략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차(砲車)로 연신 돌 벼락만 성벽에 날려댔다고 한다. 칭기즈칸의 가장 충실한 심복이자 명장이었던 수부타이는 성벽에 몰래 접근해 공격하려다가 엄청난 공격을 받고 물러서야 했다.

비화창이 큰 효과를 발휘했던 예는 1233년 금나라 군대가 몽골군을 왕가사(王家寺: 하남성 상구현 남쪽)에서 대파한 것을 들 수 있다. 금군은 비화창을 가진 450명의 병사로 왕가사에 주둔하고 있는 몽골군을 야습했다. 몽골군은 비화창과 진천뢰 공격에 맞설 수 없어 결국 패주하며, 이 싸움에서 3천5백 명이 전사했다.

화창은 총과 로켓의 원형이 되는 돌화창(突火槍)과 화전(火箭)의 등장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돌화창은 화약통에서 화염이 방사되는 화창을 발전시킨 최초의 관형(管形) 유통 화기다. 병사가 휴대하면서 대나무 통 등으로 만든 총신에 화약을 넣어 쇠구슬을 발사하는 원시적인 소총이다. 화염과 탄환이 동시에 분사되는데 근거리는 화염으로, 비교적 먼 거리의 적은 쇠구슬로 피해를 줬다. 1259년 송나라 안휘성 수춘 지역에서 발명했다고 전한다. 길이 60∼80㎝, 무게는 1∼1.5㎏ 정도로,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화약 무기라는 특징이 있다.

돌화창은 유효 사거리가 10m도 넘지 못했지만, 손쉽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고 가벼워 휴대도 쉬웠다. 제작비용이 다른 화약 무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해 오랜 기간 화약 무기로 사용됐다. 본격적인 화약 무기가 등장하면서 화창은 공성전과 같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됐다.

돌화창 [사진=유지곤 제공]

◇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식 무기 ‘주화’(走火)

우리나라에서도 화전은 고려 때부터 조선 시대까지 널리 사용했다. 1377년 최무선은 기존의 화전을 주화(走火)라는 무기로 개량해 왜구 격퇴용으로 썼다. 화전은 화살 끝에 달린 화약통에 불을 붙여 쇠뇌를 사용해 쏘거나 직접 사람이 활에 재어 날리지만, 주화는 화약 자체만의 추진력으로 화살이 날아간다. 주화는 조선 세종 때 신기전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발전해 여진족 소탕에 한몫했다. 후대의 화전은 점점 작아지는 경향을 보이다가, 최종적으로는 소신기전 크기를 많이 사용했다.

주화나 신기전은 스스로 추진력을 가진 일종의 로켓형 무기다. 그런 점에서 돌이나 쇠로 만든 탄환, 화살 등을 속에 넣고 쏘는 화포인 총통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주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식 무기였고, 신기전은 세계 최강의 다연장로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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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곤 대표 22세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유지곤폭죽연구소를 창업해 30대 시절 한국 대표 불꽃연출가로 활동했다. 독도 불꽃축제 추진 본부장을 맡아 활동 하면서 본인과 세 자녀의 본적을 독도로 옮긴 바 있으며, 한국인 최초로 미국 괌 불꽃축제, 하와이 불꽃축제 감독을 맡았다. 지금은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로봇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곤 대표
/대전=강일 기자(ki005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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