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데 수익까지?… 역대급 고금리에 채권 투자 급증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5만 원권 지폐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역대급 고금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불안해진 주식시장 대신 채권으로 투자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면 많은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데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하락 시 매매차익도 얻을 수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공개한 '3분기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채권형 펀드에는 3분기에만 자금 7조200억원이 순유입됐다. 채권형 펀드 운용자산(AUM)은 전 분기 대비 7조7000억원(6.2%) 증가한 132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 1조50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고 운용자산은 전 분기 대비 1조9000억원(1.8%) 감소한 것과 상반되는 흐름이다.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도 증가세다. 개인은 최근 한 달(9월 16일~10월 16일) 장외 시장에서 채권 2조16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한 달간(9월 12일~10월 12일)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이 1조원 넘게 줄어든 것과는 대조된다.

투자자가 다시 채권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고금리 채권을 매수할 경우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다 향후 금리 하락시 채권 매매이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경우 채권 투자자는 높은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고, 금리가 횡보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채권 관련 상품 출시에 분주하다.

대신자산운용은 이날 미국 장기국채 상장지수펀드(ETF)에 액티브 방식으로 투자해 7%의 목표수익률을 추구하는 '대신 미국 장기국채 액티브 목표전환형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긴축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국채의 ETF에 투자한다는 게 대신자산운용 측 설명이다.

채권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분산 투자가 가능한데다가 채권을 직접 사는 것보다 손쉬운 매매가 가능하고, 퇴직연금으로도 투자 할 수 있어서다. 이날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채권형 ETF 중에서도 현재의 높은 만기수익률(YTM)을 향후 몇년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인 '히어로즈 25-09 미국채권(AA-이상)액티브'를 국내 첫 출시했다.

이 상품을 매수한 뒤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YTM은 지난 9월 말 기준 5.35%다(기준일 예상포트폴리오 기준). 매수 이후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더라도 만기채권형 ETF의 특성 상 만기까지 보유하면 당초 투자 시점에 예상한 수익률 실현을 기대할 수 있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미국발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안전한 동시에 비교적 높은 이자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미국채권의 매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위험자산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금융 환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10월 채권 투자 전략에 대해 "듀레이션을 중립에 가깝게 유지하고 크레딧 비중은 축소하는 전략을 추천한다"면서 "연말로 갈수록 금리 하향 안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듀레이션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