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어디까지 왔나?

김익태 2023. 10. 16. 2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제주] [앵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대표공약인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인지, 앞으로 남은 절차와 과제는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앞서 김가람 기자도 보도해드렸습니다만 오늘 도민경청회가 열렸죠?

[기자]

네. 이번 경청회는 3차 경청회죠.

5월, 7월에 이어 3번째인데요.

이번에도 닷새간 모두 16곳에서 열립니다.

다음 주엔 네번째 여론조사, 다음 달엔 청년포럼과 도민토론회,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 등을 거쳐 12월에 주민투표 실행방안과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이 나오게 됩니다.

[앵커]

절차상으로는 행정체제 개편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데, 현재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돼 있습니까?

[기자]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제주형 행정체제 논의는 크게 3가지 주제를 놓고 진행중인데요.

첫째는 행정체제 모형안입니다.

용역진은 시군 기초자치와 시읍면 기초자치 2개로 제시했습니다만, 도민참여단 숙의토론을 거쳐 시군 기초자치와 행정시장 직선제로 압축됐습니다.

두번째 주제는 구역 설정 대안, 즉 제주도를 몇 개로 쪼갤 것인가인데요.

용역진 초안은 국회의원 선거구에 기초한 3개,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지역, 동제주군과 서제주군 등 4개, 이렇게 두 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앞으로 경청회와 토론회 등을 거쳐 그대로 갈지, 다른 대안으로 갈지 정할 예정입니다.

세번째 주제는 기관구성 다양화 방안입니다.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의 분리 여부에 따라 기관대립형과 기관통합형으로 분류하는데요.

국내에서는 선출직 자치단체장과 선출직 지방의회 의원이 서로 견제하는 기관대립형밖에 없죠.

의원내각제 형태의 기관통합형, 또는 대립형과 통합형의 절충형 등을 대안으로 논의해보자는 겁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아직 용역진이 초안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앵커]

주제가 광범위하네요.

그런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는 꽤 높은 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최근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기자]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여론 추이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뒤 2개 행정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왔다는 점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텐데요.

그런데 그 대안은 한 목소리가 아니라 다양합니다.

2018년 KBS 여론조사를 사례로 들어보죠.

행정체제개편안 질문에 오히려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가장 높죠.

그 뒤를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기초자치단체 부활, 행정시 분리, 읍면동장 직선제 등이 잇습니다.

과반인 54%가 현행 체제를 바꾸자는데는 동의하지만, 무엇으로 바꿔야 할 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합의가 없습니다.

[앵커]

대안에 대해서는 우근민, 원희룡 지사 시절에 행정시장 직선제로 도민사회가 어느 정도 합의했던 것 아닐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에 관해서는 중앙정부가 명시적으로 거부했습니다.

현재 행정구역을 유지하면서 직선제로 전환할 경우 제주도 인구의 73%를 차지하는 제주시장과 제주도지사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행정집행에 차질을 불러 온다는 점을 핵심 이유로 들었죠.

여기에 행정시장 예고제, 즉 러닝메이트를 활용하게 되면 제도개선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미 거부된 행정시장 직선제 모형이 왜 다시 후보에 들어간 거죠?

행정시장 직선제안은 빼고 시작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현재 쏟아지는 비판과 혼란은 오영훈 도정이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오영훈 지사는 도지사 선거 과정과 당선인 시절에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관한 방법과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오영훈/당시 제주도지사 당선인/2022년 6월 3일/ : "2년 이내에 새로운 기초자치단체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 5개를 설치할 것인지 6개를 설치할 것인지, 예전 4개 시군으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권역을 새롭게 재편성해서 행정구역을 만들 필요가 있고, 그리고 기관통합형으로 할 것인지 기관대립형으로 할 것인지도, 도민 여러분께서 선택해 주셔야 합니다."]

[앵커]

요약해보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할 것이며, 그 수는 대여섯개이고, 그 형태는 기관통합형이나 대립형 중에 선택하자는 주장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민사회 일각에서 이 발언을 놓고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이라고 도지사를 비판하고 나서면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답정너'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서 오영훈 도정이 행정개편위원회와 용역진 뒤로 숨기 시작한 겁니다.

용역비가 14억 원에 이르고, 70%에 이르는 10억 원을 선지급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나빠졌죠.

특히 기초자치단체 문제는 현역 정치인은 물론 과거 특별자치도를 주도했던 세력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이거든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오영훈 지사의 공약인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보다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는데, 제주도정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제주도정이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기자]

보다 솔직하고 담대하게 대응을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오영훈 도정의 공약이거든요.

그 공약에 대해 도민투표를 붙이면 되는 겁니다.

제주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지난 3월 실시한 1차 도민여론조사에서 눈에 띠는 결과가 있습니다.

현행 제주시, 서귀포시가 기초자치단체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의 도민이 모르겠다고 답변했거든요.

오영훈 도정이 왜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려는지, 현재 행정시장 체제와 비교해 도민 생활에 어떤 변화를 주는 지에 대한 도민적 이해도가 극히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영훈 도정은 지사의 공약이기도 한 기초자치단체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충분히 담아주는 공론의 장도 필요합니다.

제주도민들이 이런 장단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찬반을 주민투표에서 결정하면 되는 겁니다.

[앵커]

어쨌든 연말에 행정체제개편위원회에서 내놓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내년에 주민투표에 붙이겠다는게 제주도정의 계획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만, 여기에도 중요한 전제가 뒤따릅니다.

현행 제주특별법엔 제주도에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둘 수 없도록 명시돼 있거든요.

주민투표를 하려면 이 조항부터 반드시 개정해야만 합니다.

오영훈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이 조항을 폐지하고 지방자치단체인 시 또는 군을 설치하려는 경우 도의회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주민투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이 법안은 행안위까지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입니다.

[앵커]

특별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논의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겠네요.

만약 내년 총선 전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총선과 함께 주민투표도 하는 거죠?

[기자]

그렇게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한국의 주민투표법은 주민투표를 활성화 하기보다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규제가 많습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일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대표적인데요.

행정체제 주민투표는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일러야 내년 중반쯤, 만약 이번 21대 국회가 아닌 다음 22대 국회에서 제주특별법이 통과 된다면, 내년 말이나, 2025년으로 투표일이 늦춰질 수 있습니다.

[앵커]

주민투표만 통과되면 2026년 6월 3일 9회 지방선거에서는 기초단체장을 제주도민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제주형 행정체제에 관한 모형은 물론 구역을 놓고도 제주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여기에 성공한다고 해도 주민투표에 바로 붙일 수 있느냐, 이것도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제주특별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핵심적인 전제이구요.

법률이 개정되면 도의회 동의 절차도 필요합니다.

중앙정부의 반응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강제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행안부가 미적거릴 수도 있거든요.

설령 주민투표에 붙인다고 해도 투표권자의 4분의 1 이상이 투표하고, 유효투표수의 과반 득표를 해야만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을 설득해 관련 법규를 모두 손봐야만 2026년 지방선거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 수많은 단계에서 한 단계만 삐끗해도 수포로 돌아가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용역비 14억 원이라는 혈세와 제주사회의 에너지를 투입하고도 모든게 원점으로 돌아가는 최악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최악의 결과를 대비한 대안도 궁금합니다만, 시간 관계상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시간에 들어보도록 하죠.

친절한k,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kit@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