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플랫폼… K-드라마 변화의 바람

이복진 2023. 10. 1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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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16부작이던 드라마 분량 제각각
OTT 10부작 안팎 많아… 무빙 ‘20부작’
스토리도 종영하면 끝나는 관행 탈피
‘아스달 연대기’ 시즌 3으로 돌아와
전작의 세계관 이어가되 새 인물 등장
‘힘센여자 강남순’ 등 스핀오프作 주목
‘비밀의 숲’ 서동재 주인공으로 제작도
“시청 패턴 변화… 콘텐츠 집중 결과물”

기존의 TV부터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 그리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영상 콘텐츠, 특히 드라마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마다 차이를 보여, 시청자들 또한 플랫폼에 따른 이용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드라마들도 이 같은 특성에 맞춰 다양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우선 ‘16부작’이 기본이었던 방송 분량이 과거와 달리 20부작, 또는 4부작, 8부작 등 분량이 다양해졌다. 예컨대 최근 많은 사랑을 받은 강풀 웹툰 원작의 디즈니플러스 ‘무빙’은 20부작이다. OTT 시리즈물은 한번에 몰아서 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10부작 내외 분량으로 제작된다. 심지어 6부작도 있으며, 이야기가 길어지면 ‘파트1’, ‘파트2’로 나눠서 공개한다. 하지만 무빙은 7화까지 한번에 공개했고, 이후 매주 2화씩 내놨다.

스토리에서의 변화도 보인다. 과거 16부작 등으로 드라마 한 편이 막을 내리면 그 이후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OTT에서 먼저 시작하기는 했지만 TV에서까지 시리즈로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4월 방송해 16.8%라는 시청률을 기록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3’의 낭만닥터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드라마 제작 때부터 시리즈를 염두에 두기도 한다. 지난 9일부터 매주 주말에 방송되는 tvN ‘아라문의 검’은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 작품으로, ‘아스달 연대기’는 2019년 6월과 9월에 파트1·2와 파트3를 공개했다. ‘아라문의 검’은 ‘아스달 연대기’에서 다뤘던 이야기를 잇고 있다.
20부작의 디즈니플러스 ‘무빙’, 시리즈물 tvN ‘아라문의 검’, 스핀오프물인 JTBC ‘힘쎈여자 강남순’ (사진 왼쪽부터) 등 다양한 형태의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각 방송사 제공
드라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작품에서 따로 떨어져나온 ‘스핀오프’로, 앞선 작품의 주인공이 그대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전작의 세계관에서 새로운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나 전작에서 출연했던 조연이 주연이 되기도 한다.

지난 7일부터 방송 중인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은 2017년 방송된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핀오프다. 가녀린 체구와 달리 괴력을 가진 도봉순(박보영)의 이야기를 다뤘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도봉순의 6촌 친척인 강남순(이유미)과 엄마 황금주(김정은),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이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이들 3대는 모두 도봉순처럼 괴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엄마 황금주를 주인공으로 한 카카오페이지 웹툰 ‘힘쎈여자 황금주’가 드라마 방영 2주 전부터 연재 중이다. 황금주의 고등학생 시절 등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숨겨진 서사를 다룬 웹툰으로, 기획 단계부터 원작자 백미경 작가가 이원식·참치캔 작가와 함께하고 있다.

tvN은 내년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방송한다. tvN 대표 드라마 중 하나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드라마는 전작 배경인 율제 본원에서 종로 율제병원으로 옮겨 산부인과 초보 전공의들의 병원 생활을 비롯해 혹독한 트레이닝의 과정 속에서도 피어날 파란만장한 청춘들의 우정 등을 그린다.

티빙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인상 깊은 조연이었던 서동재(이준혁)를 주인공으로 삼은 스핀오프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를 제작 중이다. 원작에서는 조연이었으나, 선과 악을 오가며 인상 깊은 연기를 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동재만을 따로 뽑아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었다. 방송 시기는 내년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드라마가 다양해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춰 콘텐츠 자체에 집중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그에 맞춰 시청자 소비 패턴도 다변화됐다”며 “이에 분량을 조절하거나 시리즈물, 스핀오프물 등 다양한 형태의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작품성으로만 평가받게 되면서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는,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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