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일” 野도 극찬한 의대 정원 확대…의료계는 “재앙”

이혜영 기자 2023. 10. 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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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국민 불행해질 것”
정부, 고령화·필수의료 기피·지방의료 붕괴 등 확대 불가피 판단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정부가 예상보다 훨씬 큰 폭의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료계가 대혼돈에 빠졌다. 사진은 10월15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 모습 ⓒ 연합뉴스

의료계가 대혼돈에 빠졌다. 정부가 2025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대폭 늘리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려와 성토가 동시에 쏟아진다. 의사단체는 정부의 '의사 수' 늘리기 정책만으로는 필수의료 붕괴도, 지방의료 환경 개선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총력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례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의사 수 증원 추진에 호평을 쏟으며 "역대 정권이 못했던 엄청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16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계획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증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보도로 의료계가 경악과 혼란에 빠졌다"며 "단순 우려를 넘어 사회적 재앙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의사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을 생략하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정치적 발상은 의료를 망가뜨리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영원한 권력과 정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 국민에게 미치는 불행을 막아야 한다"고 대정부 총력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의원회는 보건복지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며 의협과 의대 정원 증원에 논의를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광역시·도 의사회장 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증원을 강력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 환경의 개선"이라며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

의협은 오는 17일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회의에는 의협 산하 전국 시도 16개 의사회장을 비롯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는 구체적인 증원안이나 그 규모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월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회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의대 정원은 전국 40개교,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7년째 똑같은 숫자에 머물러 있다. 국내 의대 정원은 주요국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가 파격적인 확충안을 검토하는 것은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의사 수요가 늘고 있고 응급실이나 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더 이상 이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방의료 인프라도 붕괴 위기에 놓이면서 역대 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이번만큼은 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정부의 진단이 출발점부터 협의 과정, 결론까지 모두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상운 의협 부회장은 최근 대한의학회 뉴스레터에 기고한 '의사증원 논의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에서 "의사 증원은 숫자 문제로 결정할 게 아니다"며 "의료는 질병마다, 상태마다 요구량이 다르며 의사 증원 이전에 의료가 필요한 요구량에 따라 의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정책이 1차로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과감한 수가 개선 작업, 환자를 소신 있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환경 조성, 수련비용의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 증원으로 반드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늘고 지역 의사가 양성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미용성형이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그때는 정책적 해결 자체가 어려울 것이며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같은 중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野 "역대 정권 눈치보다 손 못대…국민도 지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야당은 이례적 호평을 쏟아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대 정원 확대 추진과 관련해 "무능·무책임·무대책의 '3무 정권'이 드디어 좋은 일을 하나 하려는가 보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 말이나 검토가 아니라 진짜 실행한다면 역대 정권이 눈치나 보다가 겁 먹고 손도 못 댔던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공의료 확대 방안 등을 보완 추진해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며 "국민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응원을 보냈다.

같은당 민병덕 의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사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기한을 정해 협의체를 만들어 근본 대책을 세우는 합의를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의사들을 향해 기득권 수호 집단으로 무조건적인 비판을 쏟는 것은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수도권 쏠림과 비필수 분야인 피부, 성형 등으로 몰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라는 공개된 절차를 성실히 거쳐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기한을 정해 협의체를 만들어 근본 대책을 세우는 합의를 하길 바란다. 군사작전이 아닌 정치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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