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반려동물과의 건강한 이별…펫로스 증후군 극복법은?
[EBS 뉴스]
서현아 앵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반려동물이 대부분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 보니 이별로 인한 상실감도 상당하다고 하는데요.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는데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어서 오세요.
심리학을 전공하셨는데 이 펫로스 상담 전문으로 하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2009년에 제가 11살짜리 반려견 다롱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에 갑자기 경련을 보이다가 숨을 거두면서 굉장히 힘든 시기를 저도 보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겠다라고 생각을 하다가 2017년과 2020년에 유기묘 아론이와 금동이를 각각 입양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쩌면 심리상담가인 나 자신이 이것을 나중에 극복해야 하기도 하지만 나와 같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내담자.
상담을 받고 있는 분들을 내담자라고 하거든요.
그런 내담자분들의 마음을 돌봐드리고, 제가 그 슬픔을 조금은 이겨내고 다시 삶으로 돌아왔던 것처럼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5년 전부터 펫로스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실을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예, 그렇다면 이 반려동물을 잃고 겪게 되는 펫로스 증후군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입니까?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흔히들 생각하시기를 반려동물이 죽어서 슬프고 힘든 것이라고 알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특히 이제 비반려인 같은 경우는 이게 그렇게까지 힘들 일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정말 그렇게까지 힘든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주요 우울장애 진단 기준이 우울감이나 무기력감, 수면 문제, 자살, 사고 같은 그런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이 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데요.
실제로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계신 분들 중에 이런 진단 기준에 부합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2019년에는 실제로 50대 여성분께서 사망한 반려동물을 묻어주러 나가셨다가 숨진 채로 발견되시는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고요.
우울증뿐만 아니라 PTSD라고 부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이 교통사고라든지, 누군가의 학대라든지 하는 그런 갑작스럽고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떠나게 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거나, 혹은 목격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PTSD 증상을 겪게 되실 수도 있어요.
또한 이러한 반려동물 사별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스트레스다 보니까 공황장애 증상을 보이는 분들도 간혹 계시고요.
호흡 곤란이라든가 심장 두근거림, 손발저림, 죽을 것 같은 그런 공포감이 느껴지는 이런 공황 발작 증상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증상들을 보이거나 할 때는 펫로스 증후군을 넘어서는 어떤 약물 치료나 심리상담을 병행해야 되는 그런 수준이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현대인에게는 또 새로운 가족이기도 하니까요.
반려동물을 잃는다는 게 아주 심각한 마음의 병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보통 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난 뒤에 어떤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됩니까?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반려동물 사별 이후에 가장 먼저 겪게 되는 것은 이제 죽음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부정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모든 게 악몽 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꿈을 꾸고 일어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데요.
차츰 이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죄책감이라는 감정들이 찾아오게 되고, 그래서 산책을 더 많이 시켰어야 했는데, 건강 관리를 더 잘 해 주었어야 하는데라는 그런 생각들과 고통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또 주변인들에 대한 그런 분노감이라든지 그리움 같은 감정들도 겪게 되고요.
이러한 감정들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또 현실에 적응하는 문제들도 이제 마주하게 됩니다.
회사도 다녀야 하고,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다른 가족이라든지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새롭게 바뀐 환경들에 적응하고 나면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다시 재정립되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반려동물이 떠나간 것은 슬프고 괴로운 일이지만 행복하고 따뜻했던 기억들이 나를 사랑하게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이제 마지막에는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극복을 하게 됩니다.
서현아 앵커
이 복잡한 감정들을 잘 정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 펫로스 상담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집니까?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사별 상담에 있어서 대가이신 윌리엄 워든이라는 박사님이 계십니다.
이분이 사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 4가지를 정립을 하셨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수용하는 것.
그다음에는 이제 사별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
또 그리고 변화된 환경과 자신에 대해서 적응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을 재정립하고 살아나가는 것.
저는 이 과업 4가지를 내담자가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별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감정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업이고 그중에서도 죄책감이 가장 힘든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반려동물의 보호자는 자신이 잘못하고 뭔가 잘해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터널시야'라고 부르는 그런 좁은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내가 잘못하고 뭔가 잘해주지 못했던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는 보호자다.
완벽한 보호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했던 보호자로 나를 평가해야 되지는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얼마 전에는 이 상담실에서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도 내셨죠.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심리치료에는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있는데요.
정신건강의학과 너무도 유명하신 오은영 선생님이 매체에서 보여주고 계시는 그런 코칭과 같은 것들도 있고 미술치료, 놀이치료라든지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이제 독서치료라는 것인데요.
국내에는 아직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독서치료를 위한 전문 서적이 아직은 없는 상태예요.
그래서 임상심리 전문가로서 전문적인 지식과 임상적인 경험 또 반려인으로서의 제 경험들을 가지고서 독서치료를 위한 책을 써보자라고 생각하고 책을 집필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또 심리치료를 받는 비용이 굉장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인데 심리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세요.
혹은 약물치료만을 선택하거나 그런 분들을 위해서도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도 한 권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우리 삶에 정말 항상 중요한 숙제이기도 한데요.
이 건강한 이별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이별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글쎄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죠,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충분한 기간 동안 노령의 반려동물을 보살피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 오더라도 펫로스라는 경험이 받아들이기 쉬운 일이 되기는 좀 힘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이별은 충분히 슬퍼하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 이게 건강한 이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제 슬퍼하는 일들은 우리가 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은 잘 하기가 힘들어요.
내가 괜찮아져도 되나 여행을 가도 되나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고 웃어도 되나 이런 생각들이 들 수가 있는데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 반려동물들이 우리가 슬픔에 빠져 있기를 바랄까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거든요.
제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겠지만 슬픔에서 빠져나와서 반려인의 삶을 살아가기를 분명히 원할 것이다.
이러한 의심이나 질문을 내려놓고 즐거움이나 행복을 되찾아가는 것 이런 자연스러운 과정을 밀어내지 않는 것이 건강한 이별을 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충분히 슬퍼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하는 것.
그렇다면 지금 바로 지금 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조지훈 펫로스 상담가
이제 서현아 앵커님께서 방금 얘기해 주신 것처럼 우리나라 반려동물을 키운 인구가 1,500만을 넘었어요.
그중에서 근데 고작 아직도 13%만이 끝까지 반려동물을 돌보고 있다 이런 통계가 있는데요.
유기동물과 관련된 이런 사회적인 문제 비용이 굉장히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반려동물이 죽었다고 유난을 딴다라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돌보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칭찬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끝까지 돌본 반려인이시기에 기꺼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을 자격이 있다라고 저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모든 상실이 또 그렇지만 감정에 충실하고 좋은 의미와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 이 마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요한 과정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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