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할 기둥을 잃었다"…눈물 속 故 박서보 화백 추모식

김경윤 2023. 10. 1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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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신념의 화가' 고(故) 박서보 교수님, 이제 영원히 그 모습을 볼 수 없겠군요. 안부 전화 드려도 안 받으시겠군요. 저희는 이제 기대고 의지할 기둥을 잃어버렸습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막역한 동료이자 제자였던 서승원 작가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인의 추모식에서 깊은 슬픔에 울먹이며 추도사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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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쿄화랑 대표 "한국의 아버지 같던 분"
추모사 하는 서승원 작가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서승원 작가가 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박서보 화백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3.10.16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 '신념의 화가' 고(故) 박서보 교수님, 이제 영원히 그 모습을 볼 수 없겠군요. 안부 전화 드려도 안 받으시겠군요…. 저희는 이제 기대고 의지할 기둥을 잃어버렸습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막역한 동료이자 제자였던 서승원 작가는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인의 추모식에서 깊은 슬픔에 울먹이며 추도사를 낭독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박 화백과 동고동락했던 서 작가는 추모사를 낭독하면서도 중간중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서 작가는 "1962년 홍익대 미대 2학년이 되었을 때 파리에서 귀국한 직후의 박 교수님을 처음 뵀다"며 "(박 교수님의) 당당한 풍채와 패기가 아직도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박 교수님은 우상이었고, 로망이었으며, 항시 전위적인 사고와 아방가르드 정신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깨우쳐주신 분"이라고 기억했다.

제주에 짓고 있는 박서보 미술관의 내년 완공과 화이트큐브에서 선보일 예정이던 신문지 작품 전시를 보지 못하고 떠났다는 데 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서보 화백을 추모하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박서보 화백 추모식에서 한 조문객이 추모 연주를 하고 있다. 2023.10.16 ryousanta@yna.co.kr

박 화백과 긴 인연을 이어온 일본 도쿄화랑 대표도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한국을 찾았다.

다바타 유키히토 도쿄화랑+BTAP 대표는 "50년간 함께한 무수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며 "제게 있어서 박 선생님은 한국의 아버지와 같다"고 말했다.

도쿄화랑은 1975년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흰색' 전시를 통해 박 화백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5인전은 한국 현대미술을 일본에 소개해 큰 의미가 있는 전시로 꼽힌다.

박 화백은 2018년 도쿄화랑에서 같은 이름으로 다시 전시를 열기도 했다.

단색화 거장이자 한국 미술계를 이끈 거목으로 평가받는 박 화백이지만, 예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던 인간다운 면모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기혜경 홍익대 교수는 "제가 변화의 시기를 지날 때마다 먼저 알아보고, 연락해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던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제게는 버틸 큰 힘이었고 기댈 언덕이었다"고 했다.

추모식은 중국의 한 시인이 2015년 박 화백을 보고 남긴 한시 낭독과 대금 연주로 마무리됐다.

발인은 17일 오전 7시에 진행된다. 박 화백은 경기 성남 분당 메모리얼파크에서 영면에 든다.

박서보 화백을 추모하며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박서보 화백 추모식에서 한 조문객이 추모 연주를 하고 있다. 2023.10.16 ryousanta@yna.co.kr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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