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속은 줄도 모르는 1020…허위정보 어디서 듣고 오길래

김대기 기자(daekey1@mk.co.kr) 2023. 10. 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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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딥페이크를 악용한 정체불명의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어 이를 판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오가는데다 기술의 급진화로 인해 새로운 형태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처벌과 규제만으로 대응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가짜뉴스에 현혹될 위험이 높아 어렸을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1020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언어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분신으로 여기면서 모바일 게임을 즐기고 유튜브를 시청하며 타인과 소통한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라는 뜻으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아가 1020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래 집단과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하는데 익숙하다. 디지털 공간에서 감정을 나누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해 7월 13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청소년(초4~고3)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중복 응답 허용)을 진행하고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를 발표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유튜브 등)을 통해 뉴스를 본다는 비율은 2019년 39.8%에서 2022년 63.3%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뉴스 소비 비율도 41.4%에서 49.3%로 높아졌다. 대조적으로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한 뉴스 이용률은 28.8%에서 15.3%로 3년 새 13.5%포인트 감소했다.

문제는 1020세대들이 친숙한 디지털 플랫폼이 가짜뉴스 전파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8월부터 SNS 플랫폼에 가짜뉴스, 폭력적 콘텐츠 유통을 막기 위해 SNS 규제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했을 정도다. 이 법에 따라 SNS 플랫폼은 유해·불법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위반 시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유통의 중심이 됐지만 기존 방송, 신문 등이 비해 책임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20년 7월 24일~29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에게 가짜뉴스를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접촉하는지를 질문한 결과, 유튜브가 5점 만점에 3.93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수록 가짜뉴스 노출 빈도가 높다는 의미다. 팟캐스트 등 개인방송(3.81점), 소셜미디어(3.74점)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은 각각 3.07점과 3.08점을 기록해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조사결과, 인터넷 이용 시간이 길수록 가짜뉴스 판별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공간에서 ‘9시간 이상’ 머무는 그룹에서 20점 만점에서 16점 이상을 맞힌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반면 ‘2시간 이하’로 시간을 보낸 그룹에선 약 30%가 16점 이상을 받았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세대는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을 통해 뉴스 정보를 접하고 전달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잘못된 정보에 취약할 수 있다”라며 “특히 비판적 사고 역량이 부족한 청소년의 경우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이를 수용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한국은 디지털 기술에서는 앞서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낮다는 분석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핀란드가 지난 5년 연속 유럽 미디어 리터러시 조사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판별력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통한 지속적인 훈련을 강화하는 교육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AI시대에 알맞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유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장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를 악용할 경우 허위정보가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라며 “이 같은 우려 속에 미국, 핀란드 등 선진국들이 AI가 생산한 허위정보를 구분할 수 있는 체계적인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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