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국감장 달군 갑질 행태들···정몽규 회장은 뒤늦은 '사과'
1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의 국정감사(국감)에서 밀어내기, 기술탈취 등 대기업 및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부당행위, 소위 '갑질'에 대한 지적들이 쏟아졌다. 이날 증인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21~2022년 발생한 현대산업개발의 건설 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에서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갑질은 그동안 참 많았는데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 같다"며 "문제는 (피해를 입은)기업들이 고사하고 망한다는 것이다. 이 순간에도 대기업 횡포에 청년 벤처기업들은 사라져 간다"고 했다.
최 의원은 이날 국감 참고인으로 김려흔 주식회사 뉴려 대표이사를 불렀다. 뉴려의 김 대표는 '1+1' 상품 판매 플랫폼 '원플원'을 선보였는데 네이버가 3개월 뒤 '원쁠딜'을 출시, 네이버의 유사 아이디어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창업한지 6년차이고 창업후 서비스 론칭까지 3년이 걸렸다. (서비스) 출시후 3개월 만에 매출은 1억원이 넘을 정도였고 그다음에 '원쁠딜' 출시 후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사업 초기 비용은 8억원이 넘게 들었고 서비스 출시 당시 15명 정도 직원들이 있었지만 현재 3명 정도 직원이 있다. 네이버가 가장 원하는 게 폐업이 아닐까 해서 악착같이 (폐업하지 않고)버티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문제는 국가 미래 경제를 두고 여야 위원들께서 머리를 맞대 고민해주셔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 기술탈취가 비일비재하다고 해서 이 문제가 상식으로 여겨져선 안된다"며 "자유경쟁 시대 뭐가 문제냐 하실 수 있겠지만 체급부터 다른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경쟁하는게 자유경쟁이 맞나. 저희처럼 체급차이가 나는 기업의 경쟁력은 유일한게 아이디어다. 그런데 이렇게 무참히 짓밟고 넘어가면 어떡하나"라고 했다.
김 대표는 울먹이며 "부디 이 상황을 누구라도 나서서 해결 좀 해달라"며 "국정감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근본적 입법과 해결을 위해 논의해주시고 네이버도 더이상 비겁한 변명대신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으로 박수받는 대기업이 되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김정중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지난해 1월 사업개편 계획을 밝힌 뒤 이 계획에 따라 집단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점주 100명 중 80여 명의 가맹점 계약을 2024년까지 모두 해지한다는 내용이다.
김 협의회회장은 "(곽 대표가) 첫 상견례에서 본인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전 직장인)나이키에서도 그랬고 아디다스도 그것을 위해 왔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피해 사례를 공유했다. 한 매장은 제품 사이즈도 공개치 않고 금액, 수량 협의도 없이 온갖 형태 밀어내기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폐점하여 매장이 없는 상황인데도 3개월간 상품이 공급돼 피해가 가중됐단 주장이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또 본사 단독으로 온라인 스토어를 열고 가맹점들을 배제시켰는데 그로 인해 가맹점들은 20%에 가까운 매출이 사라지고 적자 전환하는 점포도 생겨났단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곽 대표는 "6년전부터 시장 점유율이 빠지고 있고 지금은 나이키 대비 우리 매출액이 반 정도다. 이것은 본사에서 생각하기에 시급한 문제"라며 "점장들을 배려하되 구조조정이 필요했고 그래서 제도 설명회도 투명하게 있었고 3년 이상 시간을 드리고 있다"고 했다.
김 협의회회장은 "3년이란 충분한 시간을 줬다지만, (운동화를 들어보이며) 이게 '삼바'라는 인기 상품이다. 이런 상품들은 가맹점엔 주지도 않고 본사 직영과 온라인몰에서만 판다"며 "저희는 매달 적자를 보며 지내온다. 흑자를 내고 수익을 내야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초중고 교과서 점유율 1위 천재교육의 강희철 대표이사도 이날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천재교육) 총판장 A라는 분은 10억 채무, 총판장 B는 채무가 8억원"이라며 "이 분들이 빚을 이렇게 많이 지는 이유는 반품을 못하고 본인들이 다 사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천재교육은 최근 '물량 밀어내기 논란'에 휩싸였다. 책 판매량을 지사로 강제 할당하고 반품 수량도 20%로 제한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고 반품 수량 외 팔리지 않은 재고는 모두 총판 지사장들 채무로 돌아갔단 주장들이 나왔다.
윤 의원은 PPT 화면을 가리키며 "통장을 한 번 봐달라. 반품률 제한인 20%를 넘긴 수량 만큼은 반품 처리가 아예 안됐고 본인들이 다 사들여 이렇게 빚을 많이 진 것"이라며 "페널티도 있다. 판매목표 달성이 안되면 도서 공급가를 올려버린다. 심한 경우 연중 계약 해지도 한다. 이러니 가맹점주들이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대상으로 "어떤가. 이정도면 조사할 만한가. 아직도 증거 불충분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한 위원장은 "아니다. 신고가 접수되면 저희가 절차 따라 하겠다.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윤 민주당 의원은 참고인으로 나온 문장헌 버거킹 협의회장을 대상으로 버거킹 한국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과도하지 않은지 물었다.
문 협의회장은 "미국 버거킹의 경우 로열티, 광고비를 합쳐 (수수료가)8.5%정도 되는데 한국은 로열티, 광고비, 물류마진, 배송비를 포함 17.8% 정도"라며 "한국은 고정비가 높다보니 가맹점주들의 운영이 어렵다. 가맹점 평균 매출이 9000만원이지만 지난달 기준 약 885만원 적자인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카드 결제 관련 본사에서 한 달에 세 번 본사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결재하고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대부분 가맹점들이 지방에 있기 때문에 갑질이라고밖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관련 자율규제 문제점을 짚었다.
김 의원은 "자율규제 논의에만 모두 맡겨 놔선 갑을관계 정리가 안 될 것 같다는게 제 판단"이라며 "최소한 수수료를 어떻게 하자, 이런 세부적인 것을 법으로 만들기 쉽지 않지 않나. 그러면 단체협상 관련 제도적 틀만이라도 만들어서 근본적 갑을관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해 줄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이어야 할 듯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기정 위원장은 "자율규제기구로 얻어낸 게 표준계약서 마련, 자율분쟁조정기구 설립, 수수료 등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한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라며 "쿠팡의 대금 정산 주기 단축처럼 그런 부분이 상생 방안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시공사 하도급업체 갑질 의혹을 받아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회장에 대해서는 2021~2022년 있었던 현대산업개발 건설 사고에 대해서도 여야 위원 모두로부터 질타가 이어졌고 정 회장은 사과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제가 국토위원회 민주당 간사였다. (2021년) 광주 학동 붕괴하고 이후 정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려 애썼는데 당시 아시안컵 축구대회 유치한다고 (출국중이셔서) 못 모셨다"며 "당시 대신 증인으로 나온 권순호 전 현대산업개발 대표가 도의적 책임은 느끼지만 법적 책임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 말씀 못한다고 해 공분을 얼마나 샀는지 아나"라고 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21년 6월에 (광주 동구)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나고 22년 1월에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나서 수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며 "유가족께 사과 한말씀 해달라"고 했다.
이에 정 회장은 "돌아가신 분들께 굉장히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때 이사 못한 분들께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빨리 제대로 (아파트를) 지어서 제대로 사실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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